"어차피 아사직전…쏠 테면 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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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3일 이후 계엄령이 내려진 랑군의 상황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으며 시민들은 계엄군에게 공공연히 야유를 퍼붓고 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시민들은 연일 애도를 상징하는 검은 기와 미얀마 국기를 높이 쳐들고 랑군 중심가로 모여들고 있으며 학생들은 조속한 계엄령해제·시위대에 대한 사격중지·사상자에 대한 보상·생필품 가격의 인하 등을 요구하고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시위에 가담한 사람들은 비단 학생뿐 아니라 일반시민·노동자 등 광범위한 분포를 이루고 있는데 현지 소식통은 전국민의 75∼90%가 시위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외교관들은 체포된 시위가담자를 가득 실은 군 트럭 27대 행렬을 목격했는데 트럭마다 1백명 이상이 타고있었다고 전했다.
○…한 외교관은 일단의 아이들이 군인들에게『우리는 쌀이나 커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죽는게 낫다』면서 『쏠 테면 쏴라』고 말했다.
미얀마의 쌀값은 지난 1월과 6월 사이에 4백%가 치솟았으며 최근 며칠동안 더 크게 올랐다. 한 외교관은 임금노동자가 4인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 급료의 3, 4배가 있어야 한다면서 궁핍한 미얀마의 경제상황을 대변하였다.
○…시위학생들은 랑군 시내 호텔에 들어가 외국인들에게 『빈병 가진 것 있느냐』며 빈병 수집에 나서기도 했다.
시위학생들은 시내 경찰서 3개소를 습격, 점령하고 무기를 탈취한 뒤 건물에 물을 지르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서 앞의 차량들을 전복시키고 소각시켰으며, 교통신호등·철로·공중전화박스·협동조합창고·주유소 시설 등을 파괴하고 불을 질렀다.
군인들은 민간인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하고 있으며, 시위가담자를 찾기 위해 가정집과 병원을 샅샅이 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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