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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탄두 2012년까지 절반 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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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은 현재 6000기에 달하는 핵탄두(사진)를 2012년까지 3000~4000기로 감축하는 대신 성능은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핵무기 개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 탈냉전 이래 최대 수술='신뢰할 만한 핵탄두 교체 프로그램(RRWP)'으로 명명된 이 작업의 세부 내용은 올해 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미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이 주도하는 이 정책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 ▶기존 핵탄두보다 정확성이 뛰어나고▶테러분자들의 손에 넘어갈 경우 리모컨으로 원격 해체할 수 있는 차세대 핵탄두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NNSA는 로스앨러모스의 핵연구소와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가 각각 제안한 신형 핵탄두 설계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이 중 하나를 올 11월 최종 선택한 뒤 2008회계연도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함과 동시에 본격 개발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토머스 다고스티노 NNSA 부국장은 6일 하원 청문회에서 "2022년까지 연간 125기의 신형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과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정부는 캘리포니아.플로리다.텍사스.테네시.뉴멕시코 등 10여 개 주에 분산돼 있는 핵시설을 통폐합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 배경=미국은 1990년 6월 소련과 지하 핵실험 금지조약을 맺은 이후 핵무기 개발을 자제해 왔다. 그 뒤 소련이 붕괴하자 해체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2년 전 데이비드 홉슨(공화당) 하원의원이 "달라진 환경에 따른 핵무기 개편"을 주장하자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작고 가벼운 기존 핵탄두를 크고 정확도가 높은 신형으로 교체키로 방침을 굳혔다. 특히 기존 핵탄두에 장착된 폭발인가장치(PALS:Permissive action links:폭발 전 이 장치가 가동돼야 폭발함)를 업그레이드해 핵탄두가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갈 경우 리모컨으로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기능 개발에 초점을 맞춰왔다.

다고스티노 NNSA 부국장은 하원 청문회에서 "우리는 상당수 핵탄두에 도난 대비 안전장치를 부착했다"고 말해 원격 해체장비가 이미 실전에 배치됐음을 밝혔다. 신형 핵탄두는 이미 검증된 핵기술에 따라 제작되므로 별도의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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