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피의 대결」갈 때까지 갈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얀마의 시위군중들이 무기를 탈취해 보안군에 총격전으로 맞서고 일부 군 병력이 민중에 가담하고 있는 상태에 이르러 미얀마정부 존립자체까지 문제가 되고있다.
계엄령상태에서 현재 거의 전국으로 확산된「민중혁명」은 지난 3일간 3백여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으며 이에 격분한 시민들이「피의 보복」으로 대응하면서 미얀마 정부의「힘의 논리」가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62년 이후「버마식 사회주의」를 추구해온 미얀마는 그 동안「네윈」전 대통령이 철권 독재정치 하에 무리한 고립정책과 불합리한 경제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전락하는 경제위기를 겪어야했다.
지난해 9월 암시장위주로 운영돼온 경제를 바로잡기 위해 통화량의 80%를 폐기함으로써 혼란을 몰고 온 미얀마 정국은 이후 계속되는 국민들의 유혈시위로 혼미를 거듭해왔다.
올해 3월과 6월에 있은 대규모시위가 무산된 후 8월 들어 미얀마 건국이후 최악의 사태를 빚고있는「민중항쟁」은 새로 들어선「르윈」대통령으로 인해 경제개혁파 민주화 및 인권회복을 바랐던 국민들의 염원이 좌절된 데다 특히 최근 들어「국민의 대변인」이라 불리는「아웅·지」전 장군 및 24명의 반체제 인사가 구속되면서 새로운 촉매로 작용했다.
특히 당의장으로 취임하면서『더 이상의 소요사태가 발생하면 시위대에 가차없이 발포하겠다』던「미얀마의 도살자」「르윈」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가 극에 달한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4백여명이 죽은 것으로 보도된 지난 3월과 6월의 시위 때 무자비한 진압으로 악명을 떨쳤었다.
지난 62년 이후「미얀마의 정신」으로 군림해온「네윈」전 대통령은 부정이 몰고 온 위기를 일시 치유하기 위해 권좌에서 물러나면서 그의 위신을 회복하기 위해 추종자인「르윈」을 전면에 세움으로써 막후의 영향력행사를 도모해 뫘다.
그러나「네윈」의 포석은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자칫 정부가 붕괴, 또 다른 군사정부가 들어설지도 모른다고 미얀마주재 서방외교관들은 추측하고 있다.
그 이유로 첫째, 미얀마의 경제위기를 들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백 80달러에 불과한 미얀마의 경제는 단기간에 회복이 곤란한 상태에 접어들었으며 특히 최근의 시위로 지난 몇 개월간 물가가 4백%이상 뛰어 국민의 대다수가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다.
둘째, 이 같은 치유불능의 경제악화가 반정부시위에 대한 광범위한 시민지지 기반확충을 몰고 와 거국적「민중항쟁」의 성격을 띠어가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는 물론이고 지난 3월 이후 중산층의 일반시민들도 무자비한 방법으로 진압군격퇴에 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미얀마 정부의 버팀목 구실을 해온 군 병력의 일부가 시위대에 가담하기시작, 앞으로의 사태에 중요 변수를 제공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 동안 정권과 유착해 특혜를 누려온 군부세력이 최근 경제위기로 퇴색해 가고 있으며 군의 반대파를 색출하고 반정부인사 탄압에 앞장섰던 군부의 첩보조직이 「틴·오」장군 축출 후 제구실을 잃어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넷째 시위양상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조직적인 힘에 주도되고 있음을 들 수 있다. 6월 시위 이후 시위사태는 전국에서 동시 다발로 발생, 조직적 연계성이 뛰어남을 보여주고 있다.
26년간의 실정으로 한계상황에 도달한 미얀마에 국민들이 요구하는 정치·경제의 개혁 및 민주화 도입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음이 자명하다.

<고혜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