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시간36분’ 만에 완진...인천항 선박 화재, 원인과 처리방안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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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시간 36분’
인천항 제 1부두에 정박해 있던 파나마 국적의 화물선 오토배너호(5만2224t급)에서 발생한 불이 완전히 꺼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화재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21일 오전 9시39분이다. 동원된 인력만 847명, 헬기와 소방차 등 장비만도 243대가 동원됐다.

인천항에 정박중이던 화물 선박에서 큰 불이나 67시간만에 진화됐다. 사진은 처음 불이 난 모습. [연합뉴스]

인천항에 정박중이던 화물 선박에서 큰 불이나 67시간만에 진화됐다. 사진은 처음 불이 난 모습. [연합뉴스]

화재 원인 조사, 한 달 이상 소요될 듯

인천소방본부는 24일 오전 5시5분 선박의 모든 불을 진화했다고 밝혔다. 끝까지 불씨가 남아 있던 화물선 내 13층 갑판 선미 쪽 진화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완전 진압으로 판단했다. 초진은 22일 0시47분이다.

이번 불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승선했던 선원 등 31명은 무사히 빠져나왔다. 다만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대원 1명이 소방호스에 걸려 넘어져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은 불을 끄는 데 애를 먹었다. 차량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화물 선박 특성상 창문 등이 거의 없어 불이 난 곳으로의 진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선박 내의 온도가 300℃를 기록했다고 한다. 화덕처럼 내부가 후끈 달아올랐던 것이다. 중고차의 타이어와 운전석 차량용 소파 등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 가스가 남동풍을 타고 10km 떨어진 연수구와 남동구까지 퍼져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이에 소방본부는 매뉴얼에 따라 ‘화점 진화'에서 ‘확대 예방’으로 전환, 내부 1~10층과 외부 등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했다. 더불어 실내 열기를 빼기 위해 화물선에 가로×세로 각 1m 크기의 구멍 18개를 뚫기도 했다.

인천항에 정박중이던 화물 선박에서 불이 나 1400여 대의 중고차가 전소됐다. 사진은 불에 탄 차량 모습. [사진 인천소방본부제공 영상 캡처]

인천항에 정박중이던 화물 선박에서 불이 나 1400여 대의 중고차가 전소됐다. 사진은 불에 탄 차량 모습. [사진 인천소방본부제공 영상 캡처]

이 불로 화물선에 선적된 중고차 2438대 중 11~13층에 실린 1460대가 모두 탔다. 소방당국은 불이 11층에 선적된 중고차에서 엔진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조사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데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도 오토배너호의 차량 선적 업체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화재 원인을 조사중이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완전히 진화된 뒤에도 흰 연기가 났지만 이는 선박 내부에서 달궈진 철제 구조물에 물이 뿌려지면서 발생한 수증기”라고 말했다.

인천항에 정박중이던 화물 선박에서 불이나 1400여대의 차량이 불에 탔다. 당시 화재로 녹아 내린 선박 철골구조물과 소방호스. [사진 인천소방본부]

인천항에 정박중이던 화물 선박에서 불이나 1400여대의 차량이 불에 탔다. 당시 화재로 녹아 내린 선박 철골구조물과 소방호스. [사진 인천소방본부]

산적한 문제, 해결 방안은 

불을 껐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았다. 타 버린 1400여 대의 차량과 불을 끄기 위해 끌어다 쓴 오염된 바닷물을 정화하는 작업이다. 중부해양경찰청이 화재 첫날 선박 주위에 일찌감치 오일펜스를 쳐 오염물질이 인천 앞바다로 유입되지는 않겠지만 방제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오염물질 덩어리인 불 탄 자동차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뼈대만 남은 차량을 배 밖으로 빼내 부두에 방치하는 건 인근 주민들이 반대할 게 뻔하다.

인천항에 정박중인 화물 선박에서 불이나 67시간만에 진화됐다. 사진은 초진 후 항공촬영 된 화물선박 모습. [사진 인천소방본부 제공 영상 캡처]

인천항에 정박중인 화물 선박에서 불이나 67시간만에 진화됐다. 사진은 초진 후 항공촬영 된 화물선박 모습. [사진 인천소방본부 제공 영상 캡처]

인천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선주에게 화재로 인한 훼손된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 선박 등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해결 방안을 찾으라고 주문했다”며 “선주 측이 입장을 제시해 오면 이를 검토해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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