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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검찰이 대서소처럼 고발장까지 대필해 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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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고발인의 고발장을 대신 써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드러났다.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검찰이 대서소처럼 행동했다는 얘기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고발장 대필’ 사건을 저지른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지난 2월 폭로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과 최종원 전 춘천지검장 등 3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강원랜드 수사단은 김 사무총장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관이 추가 고발장을 대신 작성해 접수시킨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김 사무총장이 “집으로 돌아가 작성하겠다”고 하자 담당 검사가 “대신 써주겠다”며 설득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 고발인도 정확히 모르는 가운데 검찰 수사관이 대필한 추가 고발장은 A4 용지 3장 분량이나 됐다. 피고발인 숫자도 당초 3명에서 7명으로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이에 대해 검찰 수사단 측은 “고발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이었고, 고발 범위를 명확히 하는 과정이었다”며 “고발인 측이 ‘모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달라’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당시 언론이 의혹을 제기한 인물을 추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단은 지난주 강원랜드 수사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제동을 걸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부적절한 고소장 대필까지 했음이 드러났다. 야당은 즉각 “해방 이후 검찰이 이렇게까지 타락한 적이 없었다”며 정치 공세를 예고했다. 일단 문 검찰총장은 “자초지종을 알아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검찰 지휘부는 강원랜드 수사단의 항명 사태와 대필 사건을 대충 덮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감찰 조사는 기본이고 필요하다면 별도 수사를 통해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