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나라당 "지방선거에 찬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반면 열린우리당은 대야 공세를 벌이면서도 속내는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반색한다.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터진 지 채 두 달도 안 된 시점에서다. 한나라당의 위기감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그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굳어졌던 '차떼기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쏟았던 온갖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태 정당의 이미지가 이번에 굳어진다면 2007년 대통령선거는 어려워진다는 불안감이 깊어질 수 있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 석권까지 내심 기대했던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구도를 다시 짜야 할지도 모른다. 최대 접전지로 분류되는 서울시장 선거도 힘겨워질 수 있다. 강원택(정치학) 숭실대 교수는 13일 "한나라당에는 변화를 거부하는 구태 정치 이미지가 더욱 굳어질 수 있다"며 "그동안 여당에 비해 우위를 점했던 지지율 프리미엄은 사그라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16개 광역시.도 중 어느 한 곳도 자신할 수 없었던 열린우리당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여당에 호재라는 판단이다.

한나라당의 구태 정치를 때리고, 다른 한편으론 여당의 클린 이미지를 집중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던 서울시장을 비롯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의외의 수확을 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여야 간 계산법은 어디까지나 현재 드러난 상황만을 놓고 볼 때다. 꼭 그렇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여당이 결과적으론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이번 사건으로 한나라당에 부정적 영향이 크겠지만 열린우리당이 여당의 강점을 부각하지 못하면 전체적인 판세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특히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후보들의 개인기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극단적인 불신과 불만으로 연결될 경우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지지층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으로선 투표율이 떨어지면 그에 비례해 득표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엇갈린 서울시장 예비 후보 반응=서울시장 선거는 인물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나라당 후보는 당과는 거리를 둔 채 선거를 치를 공산이 크다. 이번 사건을 보는 여야 후보의 반응도 다르다.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먼저 정치가 투명해져야 누가 진실한가를 논할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이계안 의원도 "여야를 떠나 정치권에서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우려가 컸다. 홍준표 의원은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맹형규 전 의원은 "자신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지금까지 없었던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전 의원은 "당의 노력하는 자세로 판단해 달라"며 이해를 구했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