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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최초 여군 군종법사 자원 스님

중앙일보

입력

자원 스님(홍순영 중위)가 법당에서 목탁을 치고 있다. [사진 공군]

자원 스님(홍순영 중위)가 법당에서 목탁을 치고 있다. [사진 공군]

경남 사천의 제3훈련비행단에 근무하고 있는 홍순영 중위(34ㆍ여)의 헤어 스타일은 시인 조지훈의 표현을 빌자면 ‘파르라니 깎은 머리’다. 공군이 여군에게 요구하는 수준보다 더 머리를 바싹 민 이유는 그의 병과 때문이다. 홍 중위는 공군 최초의 여군 종군법사다. ‘홍 중위’보다는 ‘자원(慈圓) 스님’ 또는 ‘자원 법사’로 더 자주 불린다.

자원 스님은 경북 칠곡에서 평범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특별한 계기 없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스님의 추천으로 100일 기도를 하던 중 일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스님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모습을 발견한 뒤 자연스럽게 출가했다. 출가 후 충남 공주 동학사에서 4년,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3년 수행에 매진한 뒤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했다.

자원 스님(홍순영 중위ㆍ가운데)가 초병들에게 우유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 공군]

자원 스님(홍순영 중위ㆍ가운데)가 초병들에게 우유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 공군]

자원 스님은 대학에서 남다른 학구열을 보여 ‘공부를 더 해 학자가 되라’는 권유를 주변에서 많이 받았다. 하지만 자신이 닦은 공덕을 다른 사람들과 돌리는 ‘회향(廻向)’을 실천하려는 마음에 지난해 7월 군종법사로 임관했다.

자원 스님은 부대에서 호칭이 하나 더 있다. ‘우유 법사’다. 스님은 매일 아침과 저녁 비행단의 초소를 돌며 초병들에게 우유를 전해준다. 초병들은 자원 스님의 준 우유로 잠시나마 피로를 잊고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자원 스님(홍순영 중위)가 훈련기 앞에서 합장하고 있다. [사진 공군]

자원 스님(홍순영 중위)가 훈련기 앞에서 합장하고 있다. [사진 공군]

또 매주 수요일 저녁 훈련비행단의 학생 조종사들을 위해 법회를 열고 있다. 수시로 장병들과 함께 차를 나누며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덜어주려고 노력한다. 지난해 말 면담 중 자살을 생각하던 병사를 발견하고, 상담을 통해 그의 마음을 되돌려 사고를 막기도 했다.

자원 스님은 “출가 후 공부를 열심히 하면 깨달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부처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 것 같다”며 “장병들의 어려움을 함께하는 군종법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여군 군종법사는 2014년 육군에서 제일 먼저 나왔고, 현재 육군 2명, 해군 1명, 공군 1명 등 모두 4명이 군에서 공덕을 회향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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