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수사 대기 … 선거 구도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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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이 선거를 앞두고 메가톤급 악재를 만났다. 공천과 관련한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내심 호남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 석권을 꿈꿨던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구도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문제가 된 두 의원은 원내대표 출신의 간판급 중진 의원(김덕룡 의원)과 서울시당 위원장(박성범 의원)이다.

더군다나 두 사람 모두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서울이 지역구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후보 간의 피 말리는 싸움이 시작된 서울시장 선거엔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서울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당장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공천 장사 실태가 드러났다"며 쟁점화에 나섰다. 선거 중반 반전의 기회로 보는 것이다.

한때 40%에 육박하던 당 지지율이 10% 가까이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가 나와 안 그래도 안절부절못했던 한나라당이다. 문제는 공천 잡음이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경북지역 모 의원도 공천 신청자로부터 해외여행과 술자리 등 수억원대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공천 비리 사건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공천 헌금은 과거 구태정치의 대명사였다. 여기서 한두 건만 더 터져버리면 한나라당은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낙인 찍힌 '차떼기 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던 한나라당의 온갖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파장은 단순히 5.31 지방선거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 2007년 대선까지 이어가지 말란 법도 없다.

여당으로선 대선에서 이 문제를 또 한번 부각시키면서 새 정치와 헌 정치의 대결구도를 조성하려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집권 프로그램엔 먹구름이 낄 수 있다.

당내 역학구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황제 테니스 파문으로 다소 주춤해 있는 이명박 시장이 이번 사태를 적극 활용할 경우 박근혜 대표는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문제가 된 김덕룡 의원은 7월 당 대표 경선에서 박 대표의 지원을 업고 이 시장이 지원하는 이재오 원내대표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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