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엔 영원한 승자·패자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의 김영삼총재는 지난25일부터 3박4일간 제주도에서 경제단체주관의 토론회 참석겸 하계휴가를 가졌다.
그래서 그와의 대화 첫마디에『서울에 안계셔 회견이 뒤로 밀렸다』고 하자『뭐 그런데 신경 쓰느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대통령선거 차점 낙선후 국회의원선거에서 제2야당으로 후퇴했지만 그는 이런 상황을 자신의 정국 구도속에 용해시켜 끊임없는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해 보려고 노력중이다.
야당사이의 정책정당으로의 변신경쟁을 계속해가면서 야당가안방정치의 상징이었던「상도동시절」의 막을 내리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에 북방외교 및 대북 관계에서 초당적 참여를 선언해 정치권의 지평을 넓혔다는 세평도 듣고 있을 만큼 「자기변신」을 위해 자신을 가꾸고 있는 듯 했다.
빠른 속도로 자신과 주변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으로 봐 장기전을 치르려는 태세인 듯 하다.
김총재는 『정치의 세계란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면서『과거· 현재를 위한 정치도 중요하지만 정치는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김총재와 2시간여 회견한 중림동 당사 총재실의 책상 뒷 벽면에는 예전에 없었던 백두산천지사진이 걸려 있었다.
-못보던 그림이 걸려있군요.『당사와 국회의 총재실에 백두산사진을 붙였지요. 최근 「겐셔」서독외상을 국회에서 만났더니 이 그림을 보고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오늘 (29일) 4당대표회담에서 남북회담의 장소결정을 하는데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면서요.
『실질적으로 회담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장소문제에 너무 칩착하지 말자고 얘기했읍니다.
남북관계는 올림픽이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내용있는 대화가 오갈겁니다. 미소의 화해. 소의 협력분위기로 보아 북한의 중소줄타기외교는 어렵울겁니다. 북한을 고립시키지 말고 개방되도록 유도해야지요. 내가 전에 북한외채를 갚아주기위한 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겁니다.』
-북방외교의 초당적 참여 필요성을 강조하고 중국방문도 추진하고 계신데 잘 되고 있습니까.
『현재 가장 중요한 당면문제가 남북문제이며 한반도평화정착을 위해선 북방외교를 성공적으로 끌고 가야합니다.
통일문제는 하루아침에 이뤄진다는 식의 욕심을 내선 안되지만 지금 동·서독상태론 가야 합니다.』
(그는 중국방문추진 상황에 대해선 『현재로선 더 이상 진전된 얘기를 하지 않는게 좋겠다』며 끝내 함구했다)
-4당체제를 한번 가동시켜보시니까 어떻습니까.
『이제껏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체제인 만큼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거부권이 행사 됐을때 수정된 법률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몇가지 문제점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볼 때 대화·견제·타협이 적절히 맞물려 그런대로 제대로 가동됐다고 봅니다.』
-야3당의 협조체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지난3개월의 정치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4당공존체제하에서 어느 당의 일방적 독주는 있을 수 없지요. 정국을 혼자서 주도할 수 없는 만큼 각 당의 관계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정기승대법원장 임명거부는 민정당으로서는 충격적인 것이었겠으나 의미 있는 것이었고 또 정국전체로 보아서도 잘한 일로 봅니다.
그렇지만, 국정감사· 조사법 등에 대해 대통렁의 거부권이 행사 됐을때 내각불신임을 하려고 했으나 국민에게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 다음에도 야당이 결심만 하면 할 수 있는 것인만큼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지요.
야3당총재회담때 누구도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았고 처음엔 나와 의견이 달랐지요. 결국 내의견에 동조했읍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각불신임을 했다면 정국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국회와 정부와의 갈등이 크게 드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정국의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또 특위가동도늦춰졌겠지요.』
-여소야대정국에서 국민에게 불안감을 줘서는 안된다고 늘강조했는데….
『이일규 대법원장등 대법관지명동의에 앞장섰고 거부권 문제도 성숙하게 처리해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고 자신있는 정치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노태우대통령도 몇 차례 만나보시고 했는데 현 정부가 제대로 정치를 하는것 같습니까. 『대통령선거에서 참으로 엄청난 탄압을 받고 당시 차점으로 낙선했는데…. 심적 갈등도 많았습니다. 아뭏든 당선된 이상 국가와 국민을 위해 노대통령이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노대통령의 정부와 민정당은 정치력이 부족해요. 총선 후 4당총재회담을 빨리해 특위를 즉각 구성, 올림픽전에 끝내자고 제안했더니 내 얘기를 안듣고 결국 모든 것이 늦어지고 있읍니다.
구속자 석방 약속도 제대로 실천에 안옮겨지고 있지요. 노대통령 자신은 잘하려고 애 쓰는것 같은데 정치력이 부족해요.』
-총선이후 정책정당변신을 강조하시면서 세미나를 가장 많이 열고 전문위원 선발에도 직접 면접시험관을 맡으셨다는데 당이 어느정도 달라졌다고 자평합니까.
『과거 야당은 탄압과 연금속에 정치를 하다보니 민주화투쟁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지요.이젠 정책정당으로 시급히 변모해야 합니다. 이번에 전문위위을 뽑아보니 상당히 우수한사람이 응시했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총선득표율 15%미만 지구당을 정리한 것은 야당사상 휙기적인 일입니다.
앞으로 지방자치제등 수권정당의 발판을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한 겁니다. 당직자와 의원들도 꾸준히 공부하고 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읍니다.
김총재는 지난 총선거 투표율에서 「고른 지지」가 전문위원공체 등에서 확인됐고 이번 제주도의 경제인과의 세미나에서도「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당」으로 민주당을 꼽더라고 했다)
-그러나 평민당도 민주당이 자기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지지계층을 잠식하려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치기반이 3개월이니, 1년이니 하는 사이에 결정 되는게 아닙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당은 중산층의 지지폭이 넓고 젊은층, 그리고 지식층의 절대적 지지가 있읍니다. 이 시점에서 노동자· 농민을 중산층화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입니다.』
-5공화국비리특위가 조사대상을 선정하고 가동에 들어갔는데 특위에 임하는 입장을 정리해 주시지요.
『모든 특위가 증요 하지만 5공화국 비리특위가 무엇보다 강조돼야 합니다. 5공화국비리는정의의 차원에서 진실이 규명돼야 합니다. 보복적인 차원은 아니어야 하지만 역사의 매듭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사실 올림픽전에 끝냈어야 했었는데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합니다. 과거를 너무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어느 선에서 청산하고 국민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 정치지도자가 할 일입니다』
-비리조사가 제대로 될 것인가에 대해 일부 비관적인 전망도 있는데….
『역사와 정의를 위해 당력을 집중해 사실규명에 최선을 다할겁니다. 초점이 전두환씨에게있는만큼 스스로 사과·회개하고 부정하게 모은 재산을 헌납하면 용서하자는 분위기로 갈겁니다.
정치란 것이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겁니다. 요즘 잠시 이긴 것처럼 우쭐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두환씨의 경우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최고의 불행한 사람이 돼버렸지요』
-올림픽을 전후해「정치휴전」얘기도 있는데요.
『휴전이란 표현은 전쟁을 연상시켜 바람직하지 않고 정쟁을 잠시 중단한다고 할까. 아뭏든 올림픽전후 적절한 시기에 정쟁을 멈추는 것은 필요합니다. 올림픽은 어쨌든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하고 성공시켜야 합니다. 올림픽은 언제 다시 치를지 모르는 민족의 축제입니다.
과거 전두환 정권이 이를 이용한 것이 국민마음에 사라지지 않아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않고 있는데 승화시켜야지요』
-노대통령의 재신임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셨읍니까.
『노태우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것은 대통령선거때 나를 의식해서 한 말이었겠으나 그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우리당 입장은 올림픽이후의 정치상황,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며 결정할 겁니다』
-민정당 일각에선 정국을 이대로 끌고 가는데 역부족을 느껴 올림픽이후 연정을 제의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오던데요.
『그 문제는 생각해본 적도 없읍니다』
-노정권의 5년이 제대로 굴러갈 것으로 보십니까.
『민중혁명과 군사쿠데타가 일어나서는 절대 안됩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 할겁니다.
민정당을 보니 정치력이 부족하고 제대로 통일이 안돼 있고 팀웍이 안짜여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민주당은 대화·타협·견제를 조화와 균형속에 추구해나갈 겁니다』
-내각제개헌문제는 한번 생각해 봤읍니까.
『현재의 정국구도상으론 불가능합니다. 생각해보지 않았읍니다』
-당사이전 문제등 당의 자금문제는 어떻습니까.
『빼앗긴 마포당사를 도로 찾자는 얘기도 있었으나 안하는게 좋겠다고 해서 그만 뒀습니다. 당조직체제 정비엔 배분된 정치자금만을 사용할 것입니다. 국민세금으로 주어진 정치자금이 용도이외의 곳에 쓰여져서는 안되겠지요』

<인터뷰=박보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