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국왕은 민주주의 회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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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군주 갸넨드라(사진) 국왕의 퇴진을 요구하는 네팔 국민의 대규모 시위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공개적으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 회복과 정치적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11일 성명을 내고 "갸넨드라 국왕이 민주주의를 즉각 회복하고 정당들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이것이 공산 반군에 대처하고 네팔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에 따르면 미국 측은 갸넨드라 국왕이 지난해 2월 과도정부와 국회를 해산하면서 내린 비상조치가 모든 면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국왕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대화를 계속 기피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성명에 대해 갸넨드라 국왕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도 카트만두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는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통행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지만 국왕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는 11일에도 곳곳에서 계속됐다. AFP통신은 "시위로 도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라며 "환경미화원들도 시위에 동조해 도시 전체가 쓰레기장이 돼버렸다"고 전했다.

지난주 이후 군경이 시위대에 발포하는 등 과격하게 진압하기 시작, 지금까지 세 명의 시민이 시위 도중 숨졌다. 네팔 정부는 시위에 참여한 야당 지도자와 시민 800명을 체포한 데 이어 공산반군 검거를 위해 카트만두의 민가에 대한 대규모 색출작전을 벌일 계획이다.

네팔 사태는 갸넨드라 국왕이 지난해 2월 과도정부와 국회를 해산하고 전국에 비상조치를 내리면서 촉발됐다. 2001년 왕족 10명이 사망하는 궁중 참극 와중에 권력을 잡은 갸넨드라 국왕이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전제 통치를 시작했다. 7개 야당은 이에 반발하며 대규모 거리 투쟁에 나섰으며 올 2월 지방선거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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