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밤마다 말똥말똥 … 수면제 먹을까 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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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면제는 되도록 멀리하는 게 좋지만 살다 보면 불가피하게 복용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직장생활에 장애가 있거나 해외 여행 뒤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은 수면제 복용 뒤 1시간 내에 잠에 떨어진다. 그러나 이런 잠은 정상적인 잠과는 사뭇 다르다. 수면제에 의지해 잠을 취하면 숙면 시간의 비율이 전체 수면시간의 약 5%에 그친다. 또 수면제 약효는 일시적이다.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김정진 교수는 "의존성이 있는 데다 오래 복용하다 보면 내성이 생긴다"며 "수면제는 가급적 짧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엔 한 알만 먹어도 수면 유도.유지 효과가 나타나지만 점차 두세 알로 늘려야 같은 효과를 얻는다.

수면제 시장에서 전통적인 강자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이다. 다이아제팜(상품명은 바륨).로라제팜(아티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약은 뇌 기능을 약화시켜 약효를 낸다. 뇌 활동을 감소시켜 잠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난 뒤 불쾌한 느낌이 들고, 자연스러운 잠만큼 편치 않다.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함병주 교수는 "바륨은 수면 유도 외에 우울 경감 효과가 있어 장복하는 사람이 많다"며 "의존성이 있으므로 길어야 한 달 이내로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레르기 치료제인 항히스타민제는 수면제로도 유용하다. 감기.두드러기약을 복용한 뒤 잠이 밀려오는 것은 이래서다. 알레르기 증상으로 잠을 못 이루는 어린이에게 흔히 처방한다. 뇌를 진정시켜 수면을 유도하는데 현기증, 메스꺼움, 입 마름, 식욕 감퇴 등의 부작용이 있다.

수면제를 복용한 지 2주가 안 됐을 때는 "이제 수면제가 없어도 잠을 이룰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드는 즉시 약을 끊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장복했다면 의사와 상의해 차츰 양을 줄여야 한다. 수면제를 갑자기 끊으면 심한 불면 등 금단증상으로 다시 수면제에 의존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최근엔 수면제 시장에서 앰비엔.스틸녹스 등 졸피뎀 계열 약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틸녹스는 복용 뒤 효과가 10분 내에 나타난다. 의존성이 거의 없고 금단증상도 적다.

앰비엔은 현재 미국 수면제 시장의 거의 70%를 차지한다. 약효는 복용 뒤 20~30분 안에 나타나고, 6~8시간 지속된다. 다음날 아침 불쾌감도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 메이요병원은 앰비엔 복용자 가운데 상당수가 밤중에 몽유병 환자처럼 일어나 부엌에서 닥치는 대로 먹는 폭식 증상(다음날 기억 못함)을 보인다고 경고했다.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은 사라진다.

부득이하게 수면제를 오래 먹어야 한다면 루네스타란 약이 추천된다. 2004년 미국 정부는 이 약을 불면증의 장기 치료제 1호로 승인했다. 이 약은 35일 이하로 사용을 제한하라는 경고가 없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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