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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인간을 지치게 한다"는 아마존 CEO의 대안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베를린에서 열린 ‘악셀 슈프링거 2018' 시상식에서다. '악셀 슈프링거 2018 혁신상’을 받은 그는 시상식에서 아마존 신입사원들을 위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전세계 유력기업들이 경쟁하듯 워라밸 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마당에 그가 아마존 신입사원들에게 강조한 것은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찾으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이 두 가지 중 한 쪽을 추구할 경우 다른 쪽을 희생해야 하는 거래관계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과 일 외의 사생활은 보다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관계여야 한다는 게 베조스의 생각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돈 많은 인물로 꼽히는 베조스는 매일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고, 잠들 때는 다음날 아침 자신을 꺠워줄 시계 알람을 맞추지 않는다. 그가 참석하는 회의도 손에 꼽을 정도이며, 매일 집에서 설거지할 시간은 어떻게든 확보한다. 일과 사생활의 조화를 유지하는 생활패턴을 그가 아마존 직원들에게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사진 왼쪽부터 독일 최대 미디어그룹인 '악셀 슈프링거'의 최대주주인 프리데 슈프링거, 제프 베조스, 베조스의 부인 매킨지, 악셀 슈프링거의 마티아스 되프너 CEO. [악셀 슈프링거 홈페이지]

사진 왼쪽부터 독일 최대 미디어그룹인 '악셀 슈프링거'의 최대주주인 프리데 슈프링거, 제프 베조스, 베조스의 부인 매킨지, 악셀 슈프링거의 마티아스 되프너 CEO. [악셀 슈프링거 홈페이지]

WORK·LIFE·HARMONY

베조스는 이날 “’워크 라이프 하모니’, 즉 일과 인생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것이 내가 아마존의 젊은 직원뿐 아니라 간부들에게도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다. 특히 신입사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하는데, 나는 이 말은 인간은 지치게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워라밸’은 거래관계로 유지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일과 사생활을 저울에 올려놓고 견주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과 개인 생활은 저울 위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조화로운 원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베조스에게 일과 사생활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며, 이 둘을 시간적 제약 속에서 대립하는 관계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정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행복한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로 출근할 수 있다. 그리고 직장에서 즐겁게 일한 뒤엔 역시 건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집에 돌아갈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회의실 분위기를 바닥으로 만드는 사람이 꼭 있다. 누구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출근하는 것 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에게 활력을 줄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시상식 후 있은 마티아스 되프너 CEO와의 인터뷰. 베조스는 매년 10억 달러씩을 '블루 오리진'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셀 슈프링거 홈페이지]

시상식 후 있은 마티아스 되프너 CEO와의 인터뷰. 베조스는 매년 10억 달러씩을 '블루 오리진'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셀 슈프링거 홈페이지]

이날 시상식에선 1300억 달러(약 138조원)가 넘는 그의 재산을 어떻게 쓸 계획이냐는 질문도 받았다. 베조스는 지난해 하루 평균 1억700만 달러(약 1800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는 “(이 정도 재산은) 저녁을 두 번 먹는다고 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재산을 사용할 방법을 찾는 게 결코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재산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선 다른 사업에 거액을 재투자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했다. 베조스는 매년 10억 달러(약 1조600억원) 상당의 아마존 주식을 현금화해 자신이 경영하는 우주개발회사인 ‘블루 오리진’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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