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서 찾은 예수의 숨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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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호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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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만나다

예수를 만나다

예수를 만나다
백성호 지음, 아르테

사람들은 분주함이 일상의 풍경이 된 세계를 사막으로 경험한다. 위안조차 없는 삶은 막막하고 마땅히 가야 할 곳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몰강스러운 세태에 지쳐 하늘을 보지만 별빛조차 흐릿하기만 하다. 입이 바짝 타오른다. 영혼의 목마름을 해소할 물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예수를 만나다』의 저자인 백성호를 이스라엘로 몰아간 것은 바로 그런 목마름이었다. 그는 예수의 숨결이 배어있는 땅 이곳저곳을 거닐며 예수의 마음과 깊이 접속되기를 꿈꿨다. 접속되는 순간 내면의 빛이 터져 나오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두루 받아들이는 해석에 만족하지 않는다. 참된 인식은 누군가가 제시한 정답을 암기한다고 하여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예수의 말씀이 자기를 꿰뚫을 때까지 말씀을 품고 궁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바늘로 우물을 파는 것 같은 어리석은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막힌 곳을 뚫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던 어느 순간 그는 말씀이 자기를 꿰뚫고 있음을 자각한다. “예수의 메시지가, 예수의 화살이 나를 뚫을 때마다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을 관통하며 바람이 불었다. 이치의 바람이었다. 그 바람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 뚫는 자가 뚫리는 자가 된다. 이로써 목마름은 해갈된다.

저자는 이것이 말씀에 대한 유일한 해석 혹은 옳은 해석이라고 주장할 생각이 애초에 없다. 다만 예수의 말씀이 어떻게 자신을 관통했는지, 그래서 자기 속의 어둠이 어떻게 스러졌는지를 증언할 뿐이다. 신앙의 언어가 상투어로 변할 때 닳고 닳은 그 말은 더 이상 삶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이 책은 신앙의 언어가 어떻게 파릇파릇하게 재생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김기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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