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보좌관, '뇌종양' 매케인에 "어차피 죽을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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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투병 중인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의원. [AFP=연합뉴스]

뇌종양 투병 중인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의원. [AFP=연합뉴스]

“어차피 죽을 사람인데….”

한 백악관 보좌관이 말기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존 매케인(81) 공화당 상원의원을 향해 이렇게 말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매케인 의원이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의 인준에 반대하는 것을 비꼬면서 한 말이다.

CIA 국장 지명자 인준 반대 움직임 거론하며 '조롱' #'물고문' 논란 속 해스펠 지명자 통과될 지 '불투명'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진행된 소통담당 보좌관 비공개 회의에서 나왔다. 매케인이 주도하는 공화당의 인준 거부 움직임을 논하던 중 켈리 새들러 백악관 특별보좌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그(매케인 상원의원)는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켈리 새들러 백악관 특별보좌관. [사진 새들러 트위터]

켈리 새들러 백악관 특별보좌관. [사진 새들러 트위터]

비공개 회의 발언은 밖으로 유출돼선 안 되지만 미 의회전문지 더힐이 먼저 보도했고 WP도 익명을 요구한 참석자를 통해 발언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새들러 보좌관의 발언 직후 회의장에 불편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더 이상 관련 언급은 없었다.

백악관은 사실 확인에 대한 논평은 거부했다. 다만 성명을 통해 "조국을 위한 매케인 의원의 헌신에 존경심을 표한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와 그의 가족에게 기도를 보낸다"고 밝혔다.
해스펠 CIA국장 지명자도 성명을 내고 “매케인 의원에게 최상의 존경심을 보낸다. 그가 (내) 인준 과정에서 보여준 사려 깊음에도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 해스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 [AP=연합뉴스]

지나 해스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 [AP=연합뉴스]

앞서 매케인 의원은 9일 해스펠 CIA 국장 지명자의 청문회가 끝난 뒤 그의 인준을 거부할 것을 동료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해스펠 지명자가 과거 물고문으로 악명이 높은 CIA 태국 비밀 감옥, 이른바 '블랙사이트'에서 근무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미국인들의 고문 행위를 감독했던 해스펠의 역할이 우려스럽다“며 ”고문의 부도덕성을 인정하지 않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그는 포로생활 때 당한 고문 때문에 평생 팔을 머리 위로 들 수 없는 장애를 안고 있다.

해스펠 지명자는 당시 청문회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물고문과 같은 가혹한 심문 방식을 지시하더라도 CIA는 구금과 심문 프로그램을 절대 재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나는 고문이 효과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물고문을 지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 언론은 인준 표결을 앞두고 상원 내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 상원은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9석을 보유하고 있다. 공화당에선 뇌종양 치료를 위해 워싱턴을 떠나 있는 매케인 의원 등 일부가 이탈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 내 반란표가 나와야 해스펠 지명자가 인준을 받게 될 전망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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