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정환 “독일은 어려워도 멕시코·스웨덴 해볼 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0면

선수 시절 긴 머리를 휘날리며 ‘테리우스’란 별명을 얻었던 안정환. 2012년 은퇴한 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입담을 뽐내고 있다. 축구 해설가로 마이크를 잡으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버럭 해설’을 한다. [김민규 기자]

선수 시절 긴 머리를 휘날리며 ‘테리우스’란 별명을 얻었던 안정환. 2012년 은퇴한 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입담을 뽐내고 있다. 축구 해설가로 마이크를 잡으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버럭 해설’을 한다. [김민규 기자]

6월 15일.

35일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월드컵 #2002년엔 강팀 물어뜯자는 각오 #한·일 월드컵 때처럼 전원 수비해야

러시아 월드컵 개막이 35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축구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조별리그에서 맞붙는 스웨덴·멕시코·독일 등이 모두 강팀이기에 일찌감치 기대를 접는 팬들이 늘어난 것이다. 적잖은 축구 팬들은 “어차피 3전 전패로 광탈(광속 탈락)할 것”이라며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기간 TV 중계 해설을 맡기로 한 안정환(42) 해설위원을 8일 만나 러시아 월드컵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로는 가장 많은 골(3골)을 터트린 안 위원은 현역 시절 플레이처럼 거침없는 태도로 쓴소리를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연장 골든골을 넣었던 안 위원은 “전반 4분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속으로 울면서 뛰었다. ‘이대로 지면 이민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골든골을 터트린 뒤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며 “대회 후 소속팀인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방출됐고, 이탈리아 팬들이 내 차를 다 부숴놨다. 마피아의 살해 위협도 받았다”고 회상했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다음 달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못지않은 강팀들을 상대해야 한다. 안 위원은 “2006년 독일프로축구에서 뛸 때 상대했던 독일 선수들은 몸이 쇳덩이처럼 단단했다. 그런데 요즘엔 기술까지 더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위원은 “2002년 이탈리아전은 누가 봐도 한국이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져도 본전이니 ‘물어 뜯기나 해보자’란 각오로 임했다”며 “당시 열심히 뛰다 보니 유니폼에 배설물이 흘러나와 묻었는데도 이를 모르고 뛴 선수가 있을 정도였다. 객관적 전력에서 뒤진다 해도 이를 악물고 뛰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헤딩슛으로 골든골을 터트린 안정환. [사진 대한축구협회]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헤딩슛으로 골든골을 터트린 안정환. [사진 대한축구협회]

안정환은 2005년 11월12일 서울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7분 왼발 논스톱 슛으로 골을 터트려 2-2 무승부를 이끌었다. 안정환은 또 1999년 6월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컵 멕시코전에서 전반 16분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어 1-1 무승부에 기여했다.

안 위원은 “스웨덴 선수들은 힘과 체격이 뛰어나다. 한국은 빠른 스피드를 살려 방향전환을 잘해야 승산이 있다”며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기술과 스피드가 뛰어난 북중미와 남미팀에 약하다. 멕시코를 상대하려면 좁은 공간에서 한 박자 빠른 패스를 해야 한다. 현대 축구는 결국 뒷공간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이 조1위가 유력한 상황에서 결국 한국·스웨덴·멕시코가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할 것이다. 독일은 어려워도 스웨덴과 멕시코는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러시아 올림픽에서도 공격수 손흥민(26·토트넘)의 발끝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결국 손흥민이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한국의 승산이 있다고 분석한다. 안 위원은 “흥민이는 나보다 가진 게 많은 공격수고,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한 선수다. 특히 볼을 잡은 뒤 전진 드리블이 좋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안 위원은 “토트넘에서는 해리 케인 같은 훌륭한 동료들에게 수비가 분산된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상대 팀 수비진이 손흥민을 꽁꽁 묶는 전술을 갖고 나온다. 대표팀이 손흥민 위주로 전술을 짤 경우 흥민이가 막히면 팀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며 “결국 동료들이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맡고, 손흥민도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신태용호는 총 14경기에서 19실점했다. 경기당 1.36실점. 러시아(2-4), 모로코(1-3), 북아일랜드(1-2), 폴란드(2-3)와의 4차례 유럽 원정평가전에서는 모두 12점을 내줬다. 게다가 중앙수비수 김민재(22·전북)와 왼쪽 수비 김진수(26·전북)는 부상을 당한 뒤 재활훈련을 하고 있어 러시아행이 불투명하다.

안 위원은 “이제 와서 외국인 수비수를 귀화시킬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라면서 “2002년 월드컵처럼 11명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함께 수비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강한 체력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현대 축구의 추세는 손바닥 뒤집듯 공격수가 수비에 가담하고, 수비수가 공격을 하는 것이다. 2002년 당시엔 (박)지성이 협력수비를 잘해줬고, 나도 미안해서 그를 도와줬다. 그게 선수 간의 믿음이자 신뢰”라며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보름 이상 조직력을 끌어올릴  시간이 있다. 이런 신뢰와 조직력이 팀을 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포기하는 건 금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 위원은 “호날두와 메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칭찬을 받는 스타인 동시에 가장 많이 욕을 먹는 선수다. 나도 헤딩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매일 연습한 끝에 월드컵에서 헤딩골을 넣었다”며 “월드컵은 모든 축구선수의 꿈의 무대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후배들은 월드컵을 맘껏 즐기되 책임감을 느끼면서 뛰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월드컵에서 3골 넣은 안정환

생년월일 : 1976년 1월 27일
체격조건 : 키 1m77㎝, 몸무게 73㎏
소속팀 : 부산(1998~2002, 2008)
이탈리아 페루자(2000~02)
일본 시미즈(2002~03)
일본 요코하마(2004~05)
프랑스 메스(2005~06)
독일 뒤스부르크(2006)
수원(2007)
중국 다롄(2009~11)
역대 월드컵 성적 : 2002년 한·일 월드컵(2골)
2006년 독일 (1골)
2010년 남아공(무득점)
A매치 : 71경기(17골)
1999년 6월 12일 멕시코전
2005년 11월 12일 스웨덴전 등
별명 : 테리우스, 반지의 제왕
최근 활동 : 지도자 최고자격증 P급 라이선스
준비중(A급 지도자 자격증 획득),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진행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