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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즐기며 스윙 연습 … ‘엔터 골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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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영국의 골프업체가 연습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찾다가 만든 톱골프. 술을 마시며 파티를 하는 한편 다양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이용자의 99%가 재방문 의사를 밝힐 정도로 반응이 좋다. [사진 톱골프]

영국의 골프업체가 연습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찾다가 만든 톱골프. 술을 마시며 파티를 하는 한편 다양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이용자의 99%가 재방문 의사를 밝힐 정도로 반응이 좋다. [사진 톱골프]

골프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엔터테인먼트 골프’가 뜨고 있다.

침체 미국 골프산업 살린 ‘톱골프’ #식당·술집 갖춰 가족 고객 많아 #밤에는 친구·연인 위한 공간 변신 #미국 전역서 40개 넘는 매장 운영 #일부 지역 경제효과 수천억원대

자칭 ‘21세기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커뮤니티’인 톱골프(Topgolf)는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43, 44번째 사이트를 개장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톱골프의 성공에 자극받은 비슷한 업체 골프(golf shack)도 2500만 달러(약 270억원)를 들여 연면적 5574㎡(약 1686평)의 첫 매장을 지난달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개장했다.

톱골프는 기본적으로는 골프연습장이다. 그러나 술을 마시면서 파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연습도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해놨다. 예를 들어 칩이 내장된 골프공으로 대형 다트판 같은 타깃 11개를 맞히는 게임을 할 수 있다. 자동으로 화면에 점수가 나오는 한편 샷의 거리 및 구질도 분석할 수 있다. 톱골프는 땅이 좁아 어쩔 수 없이 생겨난 한국과 일본의 닭장 형태 연습장의 영향을 받았다. 대부분의 미국 골프연습장과는 달리 3~4층 건물로 만들어졌다. 타석에서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위층에는 방이 있어 주위의 방해를 받지 않고 연습이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일반 골프연습장처럼 레슨 프로의 지도를 받을 수 있지만 먹고 마시며 즐기는 비중이 더 크다. 식당과 술집의 규모가 워낙 커서 술집에 골프연습장이 딸린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낮에는 가족 단위로 게임을 즐기지만 밤에는 빠른 음악이 흘러나와 친구나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대형 TV도 곳곳에 설치돼 있어 골프를 포함한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바 역할도 한다.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을 위한 회의실과 비즈니스룸도 있다.

다양한 시설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골프를 하지 않더라도 식사를 위해 찾는 손님도 많다.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 51%다.

톱골프의 타석. [톱골프]

톱골프의 타석. [톱골프]

후발 주자인 골프은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공으로 괴물(타깃)을 맞히면 공주를 구할 수 있는  프린세스 게임, 타깃을 맞혀 얻은 점수를 합쳐 승부를 가리는 카드 게임도 있다. 미국 골프업계에선 2016년 31개였던 톱골프가 2020년 70개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프도 3억 달러를 들여 미국 전역에 30개의 사이트를 개장할 계획이다. 골프용품사인 캘러웨이가 2011년 톱골프의 지분 15%를 매입했다. PGA 투어도 이 업체의 성공 가능성을 내다보고 제휴를 맺었다.

지난해 톱골프의 하루 이용객은 3만5000명이다. 연인원 기준으로 130만 명이 톱골프를 찾았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올여름 개장 예정인 피츠버그점은 500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미니애폴리스 근교의 브루클린에 생긴 톱골프는 10년간 2억6450만 달러(약 2870억원)의 경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급성장하고 있는 톱골프는 유튜브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미디어 쪽으로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톱골프TV는 이미 리얼리티 쇼인 샷메이커스(shotmakers), 누가 너를 흔드나(who will rock you)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톱골프는 현재 미국에 42개, 영국에 3개 사이트가 있다. 호주와 캐나다, 멕시코, 두바이 등에 진출했거나 건설 중이다.

톱골프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앤더슨은 “침체했던 미국 골프가 엔터테인먼트 골프 덕분에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고 있다. 골프연습장에서 친구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도 마시면서 골프와 친근해지는 계기를 만든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덴버 인근에 있는 톱골프 건물. [톱골프]

콜로라도 덴버 인근에 있는 톱골프 건물. [톱골프]

톱골프 이용자의 35%는 여성이다. 젊은 층의 유입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골프재단이 톱골프의 의뢰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골프 입문 3년 이내의 신규 골퍼 중 75%는 톱골프의 간접 영향을 받았고, 23%는 톱골프를 경험해 본 뒤 골프에 입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러 톱골프에 가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톱골프는 골프공 추적 레이더 시스템인 톱트레이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의 스크린골프장과도 경쟁이 불가피하다. 톱골프는 시뮬레이터 실내 골프 게임장인 스윙 스위츠를 최근 론칭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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