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2006년 봄 액세서리 스타일은 극과 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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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봄의 패션 키워드는 '모 아니면 도'. 바로 극단적인 스타일이다.

커다란 백이거나 클러치백(손잡이가 없어 감싸듯 쥐고 다니는 작은 가방), 플랫폼 슈즈(일명 통굽) 아니면 플랫 슈즈(굽이 거의 없는 평평한 스타일) 등 극과 극의 스타일이 인기다.

중간 사이즈의 무난한 액세서리는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 보일 정도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오버 사이즈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며 미니 사이즈의 제품들도 주목받고 있다.

# 극단적 스타일이 아름답다

제일모직 '구호'의 봄 의상들은 화이트를 주요 컬러로 삼은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스타일이다. 시폰과 새틴 소재를 이용해 프릴과 셔링이 곳곳에 잡힌 원피스와 재킷 등이 돋보인다. 그렇지만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은 커다란 금속 체인과 구호(KUHO)의 이니셜인 K가 박힌 펜던트로 이루어진 목걸이다. '구호'를 이끄는 정구호 상무가 미국 흑인들이 즐겨 착용하는 힙합 스타일의 목걸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다분히 남성적인 과격한 멋을 풍기지만 여성스러운 의상과 함께 어울리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버 사이즈 액세서리의 대명사인 커다란 백은 계속 변신 중이다. 둥그런 모양이 주종을 이뤘던 지난해에 비해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은 듯한 직선 형태의 사각 스타일도 자주 보인다. 컬러는 블루나 핑크.퍼플.오렌지 등으로 다양해졌고, 소재도 가죽에서 천이나 뱀 모양 가죽까지 나오고 있다.

구두도 마찬가지다. 통굽으로 불리는 플랫폼 슈즈와 바닥이 납작한 플랫 슈즈가 동시에 보인다. 장식 없이 깨끗한 에나멜 소재가 눈길을 끄는가 했더니 그 옆에는 커다란 코르사주로 장식한 구두가 자태를 뽐낸다.

눈부분은 물론 눈썹과 볼까지 덮는 커다란 선글라스도 올 여름 필수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디자인은 흰색 테의 선글라스. 사실 흰색 프레임은 선글라스라 하더라도 잘 사용하지 않는 색이지만 이번 시즌 검은색 렌즈와 흰색 프레임은 유행색인 블랙 앤드 화이트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 적당한 스타일을 거부한다

그렇다면 왜 액세서리의 유행이 이렇게 극단으로 갈리고 있는 것일까?

미니멀리즘(장식을 배제한 블랙과 화이트의 모노톤이 주종을 이루는 패션 경향)이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 화려함을 포기하기엔 다소 이른 감을 주기 때문이다. '구호'의 이현주 디자이너는 "여성들이 과감해지려는 욕구를 액세서리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며 "과장된 액세서리가 개성을 표현하거나 스타일링을 완성하는데 중요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강핸드백 김근아 디자이너는 "핸드백이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면서 무난한 중간 사이즈 제품보다는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용적인 커다란 백과 패셔너블한 클러치백 등을 동시에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노톤의 단순한 의상과 화려하고 커다란 액세서리의 궁합이 새봄의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글=조도연 기자<lumier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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