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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준표가 달라졌어요’ 2차 시도… 당 내홍 잦아들까

중앙일보

입력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4일 오후 강원 횡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원도 필승결의대회'에서 인사말 도중 머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4일 오후 강원 횡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원도 필승결의대회'에서 인사말 도중 머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 폄훼 논란’에 휩싸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북·미 정상회담 때까지 발언 수위를 조정하기로 했다. 홍 대표는 4일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단 우리 당은 남북관계 진전 현황을 지켜보겠다”며 “향후 남북관계와 북미 회담 진행상황을 주시한 뒤 종합적으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 직후부터 “남북 위장평화쇼”, “세번 속으면 공범” 등의 강경 발언을 이어오던 홍 대표가 당 안팎의 반발 기류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4일 오후 충북 필승 결의대회에서도 “남북관계 가지고 위장평화쇼로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 것 그거 나중에 허구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들쭉날쭉한 행보지만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보다는 민생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등 전날에 비해 톤다운하려는 기색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지난 3일 “남북정상회담의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표현 방식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겠다”며 “홍 대표의 이미지 개선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원내대표 취임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우리 준표가 달라졌어요’ 프로젝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제1야당이 되겠다”고 밝혔지만 홍 대표가 "탁현민이나 하는 짓"이라고 일축하면서 실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한달 여 앞두고 당 지도부와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부각되자 다시 수습에 나선 것이다. 당 관계자는 “홍 대표의 메시지가 내용은 괜찮은데 방식이 좀 서툴렀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특히 남북화해무드를 이용해 지방선거 공약을 내건 후보들은 홍 대표의 발언이 득표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재선에 도전하는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달 30일 “홍 대표와 당 지도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자기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는 지난 1일 지역 토론회에서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다. 사실 어떤 지역에서는 ‘이번 선거 때, 홍 대표 좀 오지 말게 해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도 ‘판문점 선언’을 높이 평가하는 등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며 ‘나홀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기초단체장 중에선 공재광 평택시장 후보가 “홍 대표는 사퇴하고 백의종군하라”고 공개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3일 '드루킹'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3일 '드루킹'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3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진행된 ‘2018 공천자 연수’에서도 홍 대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기초단체장 후보는 “홍 대표가 표를 다 깎아먹고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지방선거 후보들이 수두룩하다”며 “홍 대표는 선거 때 지원유세도 오지말고 가만히 있어주는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광역의원 후보도 “홍 대표의 강경 발언에 대한 지역 민심이 너무 안좋다”며 “당 지지율 등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6대4 정도로 우리가 우세하다고 보는데, 홍 대표가 계속 이런 식이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이효선 광명시장 후보는 “홍 대표가 하는 말이 내용은 좋은데 포장이 세련되지 못한 것은 맞다”며 “그래도 당 대표인데 후보들이 보조를 맞춰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4일 ‘일자리ㆍ설자리ㆍ살자리 선거대책위원회’를 공식 발족했다. 공동 선대위원장은 홍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제),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교육), 황선혜 전 숙명여대 총장(여성), 김인호 미당장학회 대표(청년)가 맡는다.

장 수석대변인은 “황교안 전 총리를 선대위본부장으로 모시려 했으나 본인이 극구 사양했으며, 이완구 전 총리는 백의종군하여 전국을 누비며 후보들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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