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용역 직원 - 주민 또 몸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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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방부는 7일 용역 직원과 중장비를 동원, 2008년까지 주한미군기지가 들어서는 평택시 팽성읍 일대 농수로 진입로를 차단해 농민들의 진입을 막았다. 용역 직원들이 경찰의 호위 속에 콘크리트를 부어 농수로를 폐쇄하고 있다. 평택=김형수 기자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 미군기지 확장 이전을 둘러싸고 국방부와 주민들이 또다시 충돌했다.

국방부는 7일 기지 이전 예정 지역의 영농 활동을 막기 위해 굴착기 3대와 레미콘 6대 등 중장비와 용역 직원 750여 명을 동원해 대추리 인근 함정.도두.신대리 등의 농수로 3곳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충돌로 주민 7명과 국방부 용역직원 1명이 다쳤다. 기지 이전 예정 지역 농지 285만 평은 인근 진위천.안성천에서 물을 끌어와 쓰고 있으며 농수로가 차단될 경우 모내기 등 농사가 불가능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판례에 따르면 4~5㎝ 자란 농작물은 농지를 소유하지 않은 경작민이라도 소유권을 인정받기 때문에 씨를 뿌리고 벼가 자라면 미군기지 이전 일정이 차질을 빚는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지난달 17일 285만 평 가운데 80만 평을 갈아 올해 농사를 시작했으며 나머지 205만 평에도 이달 말까지 볍씨를 뿌릴 예정이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레미콘 차량을 동원해 함정리 콘크리트 농수로(폭 1.5m, 깊이 70㎝)를 시멘트로 메웠다. 이어 오후에는 굴착기로 폭 3m짜리 도두리 농수로를 폐쇄했다. 그러나 안성천 바로 옆 신대리 농수로는 주민들의 저지로 폐쇄하지 못했다.

경찰은 농수로 폐쇄 작업 방해를 주도한 주민 30여 명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15일 논갈이를 막기 위해 농지에 길이 30~100m의 대형 골 4곳을 만들고 파낸 흙으로 농로를 차단하면서 주민들과 한 차례 충돌했었다.

?주민끼리도 이전 찬.반 엇갈려=상당수 평택 시민들은 농민들에게 안타깝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미군기지가 빨리 옮겨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명환(47.회사원.비전동)씨는 "미군기지 이전을 드러내고 찬성하지 않지만 많은 주민이 기지 이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특히 장사하는 사람은 100% 찬성한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안정리 일대 상인들은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1주일에 물건 하나 팔기 힘든 형편"이라며 "미군기지 이전만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반미'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통일연대와 한총련.전국민중연대 등 140여 개 외부 단체들이 연합해 만든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 활동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평택범대위가 들어오면서 농민들의 투쟁방식이 '생존권 수호'에서 미군기지 이전반대'로 바뀌는 등 강도가 높아져 이전사업이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정부와 시민들이 힘을 합쳐 평택범대위를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군기지가 들어서는 대추리 주민들은 "정부가 미군을 위해 국민을 내쫓는 꼴"이라며 "여기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미군기지 이전사업으로 대추리 주변 땅값이 두 배 이상 뛰어 정부의 평당 보상금 15만원으로는 인근에서 땅 0.5평도 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택범대위 이호성 상황실장은 "미국 군대 때문에 우리나라 농토를 내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논갈이와 볍씨 파종 투쟁에 이어 주민 촛불집회 600일을 맞는 23일 대규모 문화행사를 여는 등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평택=정영진 기자 <chung@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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