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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조직검사 않고 초정밀 현미경 내시경 활용해 당일 암 여부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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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암이 의심되니 추가로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가슴이 철렁한다. 검사를 위해 조직 일부를 떼어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일주일. 환자는 그동안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은 검사와 동시에 종양의 악성(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내시경을 이용한 진단·치료 기술은 지난 1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신 의료기술’로 승인받았다.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조주영 교수를 만나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을 이용한 진단과 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차병원·차움과 함께하는 건강관리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조주영 교수가 사용하는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은 검사와 동시에 종양의 악성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조주영 교수가 사용하는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은 검사와 동시에 종양의 악성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은 내시경 끝에 현미경을 부착한 초고확대 내시경이다. 1000배까지 확대할 수 있어 120배 확대되는 내시경보다 8~9배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일반 내시경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점막의 세포와 조직의 구조를 정밀하게 관찰한다. 따라서 추가로 조직검사를 하지 않아도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조직의 악성·양성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조주영 교수는 “암이 의심되는 부위를 일부 떼어내 세포 염색으로 악성 여부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조직검사는 최소 4일이 걸린다”며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으로 진단하면 조직을 떼어내 검사할 필요가 없어 그 결과를 기다리는 번거로움이 준다”고 설명했다. 조직을 떼어낼 때 생길 수 있는 출혈에 대한 위험 부담도 없다.

#주부 김지숙(65·가명)씨는 3년 전 밥을 먹을 때마다 속이 쓰리고 더부룩해 동네병원을 찾아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암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선종(세포에 생긴 혹)이 발견돼 조직검사로 악성 여부를 살폈지만 양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병원을 찾아가 조주영 교수에게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지름이 2.5㎝ 되는 선종 안에 지름이 각 1·2·5㎜인 다발성 암세포가 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조기 위암’이었다. 그는 바로 다음 날 내시경으로 선종을 떼어내는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받았고 3일 후 퇴원해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한다.

 지금까진 위암에 생긴 선종의 악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조직검사가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정확하게 진단할 확률은 85%로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종양의 전체가 아닌 일부만 떼어내기 때문에 진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조직검사는 종양 부위를 1~2㎜ 떼어낸 후 관찰하는데 암세포가 아닌 다른 부위를 떼어낸다면 오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은 조직의 모든 부분을 세포 단위까지 관찰해 이 같은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이 내시경을 이용하면 위암 진단의 정확도가 94.2%에 이른다.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의 진단 영역은 대장·식도·췌장·담낭 등 모든 소화기관에 적용된다. 특히 만성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식도 선암’으로 악화했는지 여부를 진단할 때 유용하다. 역류성 식도염은 강한 산성인 위액이 중성인 식도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인데, 식도 점막 전체가 염증으로 붉게 물들기 때문에 일반 내시경으로는 문제 부위를 구별하기 어렵다. 지금까진 무작위로 고른 10군데의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 또한 암세포를 비켜 갈 수 있기 때문에 진단율이 떨어진다.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으로 검사하면 문제 부위를 보다 쉽게 찾아낼 수 있어 ‘식도 선암’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상처 남기지 않고 1시간 정도 수술

일반 내시경보다 공초점 현 미경 내시경(오른쪽 사진) 이 종양의 병변을 더 확실 하게 보여준다.

일반 내시경보다 공초점 현 미경 내시경(오른쪽 사진) 이 종양의 병변을 더 확실 하게 보여준다.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의 역할은 진단에서 그치지 않는다. 검사와 동시에 종양을 절제하는 치료까지 할 수 있다. 조 교수는 개복하는 외과수술이 대세였던 2000년 조기 위암 치료에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은 내시경에 달린 전기칼로 종양을 도려내는 방식이다. 조 교수는 “공초점 현미경 내시경으로 해당 부위를 자세히 보면서 초음파 현미경으로 점막 속에 숨겨진 종양의 구조·위치·크기를 확인한 다음 종양을 절제한다”며 “1시간 정도 걸리는 간단한 시술”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는 수면 마취를 한 후 내시경 검사를 평소보다 조금 오래 받는다고 느낄 정도로 부담이 적고 수술 상처 걱정도 없다. 내시경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부위에 작은 구멍을 뚫어야 하던 것에서 한 단계 진보한 것.

일반 내시경보다 공초점 현 미경 내시경(오른쪽 사진) 이 종양의 병변을 더 확실 하게 보여준다.

일반 내시경보다 공초점 현 미경 내시경(오른쪽 사진) 이 종양의 병변을 더 확실 하게 보여준다.

 상처가 생기지 않는 내시경 수술은 ‘난치성 역류성 식도염’ 환자에게도 시행된다. 난치성 역류성 식도염은 약물치료를 했는데도 속 쓰림,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좋아진 정도가 50% 미만이거나 치료 후 3개월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이들에게는 ‘항역류 내시경 수술’을 한다. 이 또한 조 교수가 2013년 2월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수술의 핵심은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 있다. 헐렁해진 식도 아랫부분을 내시경에 달린 전기칼로 식도 점막의 일부를 도려낸다. 이후 해당 부분에 새살이 나고 오므라들면서 식도가 좁아지고 탄탄해진다.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수술 전후 식도의 아래쪽 압력을 실시간으로 재는 ‘엔도플립’ 기술도 이용한다. 조 교수는 “이 수술을 받은 환자 10명 중 8명이 만족할 정도로 수술 후 결과가 좋다”고 전했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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