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정은, 시진핑에 "덩샤오핑 개방의 길, 빨리 걸었어야 했는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개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부인 이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으며, 북중정상회담과 연회 등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CCTV]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개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부인 이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으며, 북중정상회담과 연회 등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CCTV]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의 길을 빨리 걸었어야 했는데···”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고 서울경제가 30일 보도했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평화당 박지원,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 주최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이 교수는 “남북 정상의 도보다리 대화만큼이나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오갔다”며 중국 전문가들로부터 확인한 김 위원장과 시 주석 간 대화의 일부를 소개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4.27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4.27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이 교수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단 한 번도 ‘문건’을 통해 개혁 개방을 얘기한 적이 없다”고 밝힌 뒤 “대신 지난 1978년 제11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후 개혁 개방을 시작했고 북한은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당의 중심을 총집중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양국의 유사성에 주목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 이행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도와 전력이고 철도·도로 등 인프라는 유엔 등의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남북 의지에 따라 조속한 추진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평화당 박지원·정의당 김종대 의원 주관으로 열린  ‘4·27 남리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평화당 박지원·정의당 김종대 의원 주관으로 열린 ‘4·27 남리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의 백미가 도보다리 단독 대화였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 이날 축사를 위해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전한 후일담에 따르면 남북 정상은 도보다리 대화 이후에도 접견장에서 10여분 이상 단독 대화를 더 나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도보다리 회담은 100조원, 아니 더 큰 금액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며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아마도 김 위원장에게 중국과 베트남을 예로 들며 핵이 아니더라도 국민을 잘 먹여 살릴 수 있음을 강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아마 도보다리 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넘어서는 내용이 나왔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2주 정도 앞당긴 것도 도보다리 회담의 결과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 담긴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미국이 강조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CVID)’에 못 미친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는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부분은 북미대화의 의제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에 CVID를 다 논의했다면 사실 미북 정상회담은 열릴 필요조차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이라는 한 단어로 평가하면서도 아쉬운 점과 앞으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남은 과제로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일본 변수를, 북한과는 중국 변수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현재 미북 정상회담 및 후속 비핵화 회담에서 중단거리탄도미사일·생화학무기 등의 의제화를 시도하고 있고 한미일 3자 사전협의체의 복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중국의 경우 대국의 책임을 내세우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 제재 완화 및 주한미군 철수 등의 의견을 내며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교수도 “트럼프의 시간과 중국의 시간을 동시에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은 제재완화와 주한미군 성격 문제 등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판문점 만찬에 야당 대표가 참석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와 야당 모두 성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홍 연구위원은 “정부와 야당이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평화를 위해서는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