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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경호원들이 ‘V’자 경호를 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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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이 경호를 한 듯 안 한 듯 티를 내지 않는 분산형 구조로 경호를 했다면, 북한 측은 ‘V(VIP의 줄임말·경호원들이 대통령을 부르는 은어)‘를 위해 바로 방어 라인을 만들거나 몸을 날릴 수 있는 방어형 V자 경호를 했다.” 조선일보는 28일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기 위해 판문각 정문으로 나왔을 때의 경호는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김 위원장을 경호원 10명이 ‘V’자로 에워싸고 보조를 맞춰 이동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전 정상회담을 마치고 북측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경호원들이 김 위원장의 차량을 에워싼 채 이동하고 있다. 2018.4.27/뉴스1

[[남북정상회담] 호위 받으며 남측 향하는 북 김... [남북정상회담] 호위 받으며 남측 향하는 북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문점=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남측으로 향하고 있다.  2018.4.27   hkmpooh@yna.co.kr/2018-04-27 15:34:36/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7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찬을 위해 탑승한 차량이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북으로 향하고 있다. 2018.04.27.
 [남북정상회담] 인간방탄 경호   (판문점=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전 정상회담을 마치고 차를 타고 북측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8.4.27   hkmpooh@yna.co.kr/2018-04-27 14:32:18/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청와대 경호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V자 대형은 특히 사람 많은 곳을 지날 때 많이 쓰이는 경호 대형이지만 오늘은 북한의 철저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북한 경호원들이 뛰어다니는 것은 약속된 행동일 것이다. 체력과 경호원의 기(氣)를 보여주기 위한 쇼잉(Showing)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남측 지역에서도 철저한 경호가 이뤄졌다. 청와대 경호원과 2인 1조로 곳곳에 자리를 잡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공동경비구역(JSA)은 남북의 공동경호구역이 됐다. 유엔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평소에 경비를 서던 JSA 병력을 이날 배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55분 회담을 마친 뒤 평화의 집을 나온 김 위원장은 ‘국무위원장’ 로고가 박힌 벤츠 리무진을 이용해 다시 북측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이 차량에 탑승하자 밀착 경호팀 12명이 차량 좌우와 뒤쪽을 에워싸고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 1m 90㎝가 넘는 장신에 건장한 체격이었으며, 흰색 와이셔츠에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검은색 양복을 입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경호에 참여했던 익명을 요구한 탈북자는 “북한은 유사시를 대비한 플랜B를 가동해 비상상황 발생 시 긴급 탈출 계획을 세운다”며 “중무장 요원을 외각에 배치한다”고 소개했다. 경호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근접경호는 974부대에서 맡고 있다. 외곽경계를 담당하는 963부대원들은 노출되지 않는 곳에 자리 잡고 경계태세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경호원 중에는 북한 고위층 집안 출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의 정점 가까이에서 머문다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내부자’인 경호원이 되기 위해서는 검증된 ‘출신 성분’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물’과 ‘사상’까지 검증돼야만 김정은을 가까이서 보좌할 자격이 주어진다.

전직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는 “북한 경호원들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봐도 모두 ‘고급인력’”이라며 “집안과 사상까지 부합하더라도 체력이나 체고 등 일정 기준에 맞지 않으면 지원조차 어렵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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