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오역 논란에 시달리며 박지훈 번역가의 과거 오역 사례들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번역가의 작품 참여를 반대한다거나 퇴출해달라는 글에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지금까지 영화에서 수많은 오역을 해 각종 비난을 받는 박 번역가의 작품 참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 정체성 혼란스럽게 만든 “그거 할래?”
가장 유명한 오역 사례는 2014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에 등장한 “I was gonna ask…”에 대한 것이다. 영화 맥락상 “내가 물으려던 말은…”이라고 번역해야 자연스럽지만, 박 번역가는 이를 “그거 할래?”라고 해석했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이 동성 친구에게 건네는 대사여서 주인공의 성 정체성에 대해 오해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갑자기 등장한 ‘된장녀’
2012년 개봉한 영화 ‘007 스카이폴’에서는 갑자기 ‘된장녀’라는 여성 비하 단어가 등장했다. 실제 대사는 “She’s pretty if you like that sort of things”로 “네가 그런 취항이라면, 그녀가 마음에 들 거야”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예쁘네요. 된장녀 같지만”이라는 대사로 처리됐다.
이에 대해 박 번역가는 2013년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된장녀’ 같은 흔히 쓰는 은어 쓰는 것을 좋아한다”며 “물론 어떤 관객은 저런 단어를 어떻게 자막에 넣느냐고 비난할 거다. 왜 자막에서만 그렇게 보수적인 기준을 들이대는지 의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뻔하잖아”가 “물난리”로
2016년 개봉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에서는 ‘Water, wet’을 두고 오역 논란이 불거졌고 박 번역가는 배급사를 통해 실수를 인정했다.
‘Water is wet’은 관용어로 물이 축축한 것과 같은 당연한 사실을 의미한다. “‘Crime Wave in Gotham’! Other breaking news: ‘Water, wet’!”는 “범죄에 허덕이는 고담시! 당연한 뉴스군”으로 번역 가능하다. 이를 박 번역가는 “‘고담시, 범죄에 허덕이다’, 다음 기사는 ‘물, 물난리가 났다’”고 번역했다.
당시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측은 “박 번역가는 ‘water is wet’이 본인의 오류임을 인정했고, 앞으로 번역에 대해서는 더 조심하고 세세하게 신경 쓰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end game”의 제대로 된 해석은?
이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문제가 된 대사는 영화 막바지 닥터 스트레인지가 하는 “It’s the end game”이라는 대사다. 영화에선 “가망이 없다”고 번역됐으나 영화 개봉 이후 “마지막 단계다”라고 번역하는 게 맞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내년에 개봉하는 ‘어벤져스4’ 내용을 암시하는 대사라는 것이다.
마블 측은 “마블 영화는 해석의 차이라 그 부분은 해답이 없을 것 같다”며 “답은 ‘어벤져스4’에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