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질 수는 없어요" 팀 리모델링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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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짐을 내려놓고 나니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네요. 시즌 중 만나지 못했던 친구도 만나고, 골프도 치고, 사람 사는 것처럼 살고 있습니다."

프로배구 겨울리그 10연패 문턱에서 아쉽게 패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지고 난 뒤 구단 웃분들이 오히려 격려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우승을 하도 하니까 씹어대는 사람도 많고…, 차라리 잘 졌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디다."

시즌이 끝난 지 이제 닷새째. 하지만 신 감독은 벌써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게 게임입니다. 그러나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씩 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는 팀 리모델링의 구상을 일부 밝혔다.

"우선 현대캐피탈 숀 루니(2m6cm)에 맞설 외국인 선수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키는 2m5cm 이상 돼야 하고, 포지션은 루니와 마주서는 라이트입니다. "

신 감독은 "우리 팀 최장신인 고희진(1m98cm)이나 김세진(1m97cm), 신선호(1m95cm) 위로 루니의 스파이크가 날아들 때 무력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신 감독은 조직력과 수비력을 중시한다. 아무리 공격이 좋아도 수비력이 떨어지면 '반쪽 선수'로 본다. 그런 리더십이 삼성화재 팀 컬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삼성화재 수비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신 감독은 "나이가 들면 유연성.체공력이 떨어지고 컨디션의 기복이 심하다. 그러다 보니 부상 선수도 많고 자신감이 떨어졌다"며 그 이유를 선수들의 노화에서 찾았다. 신 감독은 다음 주에 고참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진로를 상의할 생각이다. 은퇴 여부는 본인 의사에 맡기지만 "남아 있더라도 주전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2선에 있던 고희진.김정훈.조승목(상무.제대 예정)이 일선에 나선다. "이형두는 팀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살림꾼' 석진욱은 은퇴가 불가피하다. 챔프전 도중 다친 무릎십자인대가 다시 파열된 것으로 나왔다. 지난해 1년간 재활에 매달렸던 터라 또다시 1년간 병원 신세를 질 수 없다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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