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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비판하자 화난 부시 차로 담벼락 받는 사고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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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59)는 남편과 달리 미국에서 인기가 좋다. 현모양처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부시의 지지율은 36~38%지만 "로라는 어떠냐"고 물으면 미국인의 80~85%가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런 로라의 전기인 '로라 부시-퍼스트 레이디의 내밀한 초상'이 4일 출간됐다.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출신인 론 케슬러가 쓴 이 책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영부인의 실제 모습을 자세히 소개한다. 케슬러는 5일 CBS-TV에 출연해 "로라가 없었다면 부시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 연설에서 '나(I)'란 말을 쓰지 않는다=로라는 자신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한다. 연설문 작성자에게 절대 '나'라는 낱말을 쓰지 말라고 지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 남편에게 거부권 행사한다=남편과 행정부에 대한 로라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2003년 부시가 어떤 사람을 정부 고위직에 임명하려 하자 로라가 가로막았다. "그 사람이 공화당을 기만했다"는 이유였다. 에이즈와 교육 예산이 늘어난 것도 그가 남편에게 로비했기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여성을 학대한 탈레반 정권의 잔혹성을 샅샅이 공개한 건 로라와 내가 강력히 주장한 결과"라고 말했다.

◆ 시어머니에게서 경고받기도=부시가 대통령이 되기 전 얘기다. 부시가 연설을 했는데 로라가 비판했다. 부시는 매우 화를 냈고, 우연인지 몰라도 그날 집 담벼락을 차로 들이박는 사고를 냈다. 이를 본 시어머니 바버라는 며느리에게 "네 남편의 연설을 비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부시가 술을 끊은 것도 로라의 압력 덕분이다.

◆ 17세 때 낸 자동차 사고로 성숙=로라는 고교생이던 17세 때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 다른 차와 충돌, 함께 타고 있던 급우가 즉사했다. 그는 매우 괴로워했지만 잘 극복했다. 좀 더 성찰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2004년 대선 때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부인인 테레사가 학교 선생을 한 로라에게 "실제로 직업을 가진 적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사과전화를 했다. 그러나 로라는 받지 않았다. 대신 비서에게 "테레사에게 전화해 '그 말이 당신 진심이 아니라는 걸 내가 이해한다'고 전해라"라고 지시했다.

◆ 호르몬 자극제 맞고 쌍둥이 딸 출산=로라는 결혼 뒤 3년간 아이가 생기지 않자 입양을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임신 촉진을 위한 호르몬 자극제를 맞았는데 며칠 만에 바로 아이를 가졌다. 쌍둥이들은 약물 치료가 없었다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 담배 못 끊는 게 문제=로라는 한때 골초였다. 지금도 가끔 백악관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운다. 로라는 결혼했을 때만 해도 진보 성향이었다. 친구들은 당시 그를 확고한 낙태 찬성론자로 생각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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