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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미세먼지 잡아먹는 하마' 도시숲 조성, 시민의 정원 확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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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도심은 물론 산업단지 주변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숲을 만들어 미세먼지나 초 미세먼지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올해 도시숲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산림청, 도시 그린 인프라 구축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화 산업단지 일대 완충녹지 주변의 대기오염측정망 자료와 올해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산업단지에 조성된 도시 숲이 미세먼지 이동을 막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0일 밝혔다. 이 곳 도시숲(23만6000㎡)에 61억원의 사업비로 18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일 때 면목동 용마산에서 바라본 서울. [사진 산림청]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일 때 면목동 용마산에서 바라본 서울. [사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도시 숲이 조성되기 전(2000∼2005년)에는 산업단지보다 인근 주거단지의 미세먼지 농도가 9% 높았지만 도시 숲 조성 후(2013∼2017년) 주거단지의 미세먼지 농도(53.7㎍/㎥)가 산업단지(59.9㎍/㎥)와 비교해 12% 낮아졌다. 같은 지역 안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단계(50㎍/㎥ 이상)를 나타낸 날의 수도 도시 숲을 기점으로 서로 달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완충녹지 조성 후 최근 3년간 산업단지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단계를 나타낸 날이 109일인 반면 주거지역에선 75일에 불과해 31% 더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산업단지에서 주거지역으로 바람이 유입되는 경로에 만든 녹지대가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주거지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입자 크기가 큰 미세먼지보다 입자 크기가 작아 인체에 더 해로운 초미세먼지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지난 2월 시화 산업단지 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25.9㎍/㎥일 때 주변 주거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1.5㎍/㎥로 약 17%의 차이를 보였다.

국립산림과학원 도시 숲 연구센터 구남인 박사는 "도심뿐 아니라 대규모 오염시설이 있는 산업단지에서도 녹지대가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도시 숲은 도심 부유먼지나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데도 기여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해 4월 17일부터 5월 4일까지 국립산림과학원이 있는 홍릉숲의 3개 지점(숲 경계, 내부, 중심)과 홍릉숲에서 2km 떨어진 도심에서 부유먼지와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다.

부유먼지는 도심에서 평균 60.2㎍/㎥가 측정됐고 숲 경계에서는 40.6㎍/㎥, 숲 내부 51.2㎍/㎥, 숲 중심에서는 42.4㎍/㎥로 나타나 도심과 비교해 도시숲의 농도가 평균 25.6% 낮았다. 반면 미세먼지농도는 도심에서 평균 23.5㎍/㎥이었고 숲 경계에서는 13.3㎍/㎥, 숲 내부 14.8㎍/㎥, 숲 중심은 13.4㎍/㎥로 도심보다 평균 40.9%가 낮았다.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박사는 “도시숲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것은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을 가진 나뭇잎이 미세먼지를 흡착ㆍ흡수하고 가지와 나무줄기가 밑으로 가라앉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때문”이라며 “숲 내부가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아서 미세먼지를 더 빨리 침강시킨 결과”라고 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도시숲을 대대적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해마다 100곳씩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과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산업단지(1176개)에 숲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또 가로수 심는 방식을 2줄 이상, 복층 구조로 바꾼다. 복층 구조란 서로 크기가 다른 나무를 일정 간격으로 배치해 심는 것이며, 이렇게 하면 공기 순환이 원활해진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학교·도심 내 자투리 공간·옥상·벽면 등도 활용해 도시숲을 만들기로 했다. 도시 외곽의 찬 바람이 도시 내부로 잘 전달될 수 있게 도시 숲길 모델을 만들어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할 방침이다. 도시숲과 연계해 도시민 누구나 생활 속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다양한 정원을 확충한다. 2020년까지 지방자치단체가 만드는 정원 20곳과 민간 기업이나 단체가 만드는 정원 100곳을 확보하기로 했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그린벨트 등 도시 근교 산림은 생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숲가꾸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숲 가장자리에는 미세먼지 흡착 효과가 높은 수종(소나무·잣나무 등 침엽수)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립산림과학원은 모바일 앱 개발을 통해 도시숲의 미세먼지 정보를 도시민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어린이와 노약자에게는 폭염 시 피난처로서 가장 가까운 도시숲 위치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또 도시숲의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가치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미세먼지 저감, 폭염과 소음공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맞춤형 도시숲의 조성 및 관리기술을 연구할 방침이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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