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 신청 448곳 '절반이 관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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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학교 특구, 미역.다시마 특구, 안경산업 특구, 만화산업 특구, 태백산맥문화 특구….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경제부에 신청한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 특구)들이다. 8월 말까지 1백89개 시.군.구에서 4백48개의 지역 특구를 신청했다. 지역 특구가 되면 토지 형질 변경, 교원 임용 제한 완화 등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세금 혜택이나 중앙정부의 지원은 없다. 대신 특구의 관련 사업체에 신용보증기금이 매출액의 3분의 1까지 보증해주기로 했다. 일본이 1년여 전에 도입한 '구조개혁 특구'를 본뜬 것이다.

재경부는 이번에 신청한 4백48개 특구 중 10% 이상을 특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최소한 40개 이상의 지역 특구가 생기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자체당 1.9개의 특구를 신청한 데다 신청 내용이 비슷한 곳이 많아 마구잡이개발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절반이 관광 특구=관광(1백33건, 29%)과 레저스포츠(68건, 15%) 관련 특구가 유난히 많다. 주5일 근무제를 겨냥, 자연경관과 지역특산물을 이용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청 지역 중 청남대 관광(청원군).동굴관광(삼척시).영덕대게(영덕군) 등 이미 널리 알려진 곳이 많다.

새로운 관광상품의 개발보다는 토지 이용 규제 완화를 통해 숙박시설 등을 확충하기 위해 특구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재경부의 분석이다. 고지대 스포츠훈련장(태백시).축구스포츠타운(함안군) 등은 국내 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 수요를 국내에서 소화하겠다고 제시했다.

◇각광받는 교육특구=수원(외국 우수대학 분교 특구) 등 27개 지역이 교육 특구를 신청했다. 특히 수원 외에 부천(외국 우수대학 분교 특구).평택(어학교육 특구).여주군(영어마을 특구) 등 경기도 지역에서 신청이 많았다.

대구시 남구와 수성구는 초.중.고등학교를 외국에서 유치하겠다며 외국인학교 수익의 대외 송금을 허용하고 외국인 체류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남 순천시(국제교육화 특구)는 자치단체장이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선암사.송광사 등 주요 관광지에 있는 초.중학교를 관광영어교육 시범학교로 지정하겠다고 신청했다.

◇이색 특구=대구시 북구는 전국 안경제조업체수의 88%가 몰려 있는 점을 들어 안경 특구를 신청하면서 공장 분양가 및 임대료 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전남 보성군은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벌교읍을 태백산맥 문화 특구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울릉도와 마라도는 각각 우리나라의 동쪽과 남쪽 끝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살려 해양생태도서 특구와 국토 최남단 청정 특구 지정을 신청했다. 관상어 특구(충북 진천).애견 특구(임실군) 등 최근 늘고 있는 애완동물 애호가들을 겨냥한 특구도 등장했다.

특구의 성격에 따라 오히려 규제 강화를 요청한 곳도 있다. 홍천강 수변관광 특구를 신청한 홍천군은 방류수 수질 기준의 강화를, 영덕대게 특구를 신청한 영덕군은 어획물에 대한 실명제를 실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토지 규제 완화 요청 많아=지역 특구의 일차적인 성공 여부는 관계 부처들이 얼마나 규제를 풀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외국인 학교 설립 기준 완화▶교원 임용 자격 완화▶농지 전용 허가 확대▶군사보호시설 내의 토지 형질 변경 등 관할 부처에서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적지 않다.

지역별로 신청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도 많다. 또 대부분 특구 신청이 지역 개발을 위한 것이어서 마구잡이개발 우려도 적지 않다. 규제 완화 요청 내용 중 62%가 토지 관련 규제라는 점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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