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 체면 구겼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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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LA 다저스가 5-1로 앞선 6회 초. 서재응(다저스.사진)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애덤 라로시(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1루 쪽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마운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5일(한국시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른 서재응의 체인지업은 이날 다저스타디움에 퍼부었던 비처럼 떨어졌다.

8회 초.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서재응이 또 마운드에 올랐다. 6회부터 2이닝 동안 여섯 타자를 상대로 볼넷 하나 없는 퍼펙트로 막아낸 그였다. 서재응의 페이스는 거칠 게 없었다. 첫 타자 마커스 자일스 삼진, 두 번째 타자 에드거 렌테리아는 3루 땅볼. 이제 한 타자만 잡아내면 임무는 끝이었다. 그런데 아웃 카운트 한 개를 남겨놓고 흔들렸다. 맷 디아즈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은 서재응은 이어 앤드루 존스에게도 좌월 2루타를 얻어맞고 실점했다. 그리고 6회에 삼진을 당했던 라로시가 타석에 들어섰다. 서재응은 볼카운트 0-1에서 6회와 똑같은 체인지업을 던졌다. 같은 구질이었지만 낙차가 달랐다. 라로시는 그 공을 노리고 있었다는 듯 받아쳤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큰 타구였다.

5-4, 1점 차의 리드. 투수 교체를 생각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지만 그래디 리틀 다저스 감독은 그대로 밀고 나갔다. 서재응은 브라이언 조던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8회를 마쳤다. 3이닝 3피안타 3실점. 다저스는 9회 초 마무리 투수 대니스 바에스가 리드를 지켜내 5-4로 이겼다. 리틀 감독은 경기 후 "서재응도 인간이다.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며 막판 부진을 감싸안았다.

서재응은 "다저스 첫 등판인데 팀이 이겨서 좋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몸이 100%가 아니었다. 투수 코치가 체인지업이 좋다고 해서 승부구를 체인지업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서재응은 한 번 더 구원투수로 등판한 뒤 12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부터 선발로 등판한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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