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독립 후 44년 만에 한 표" 쿠웨이트 여성 첫 참정권 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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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독립한 뒤 44년을 기다린 끝에 나는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해 한 표를 던졌다."

중년의 쿠웨이트 여성 약사 아파프는 4일 살미야 지역 보궐선거 투표소를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나라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뒤 처음 실시된 선거였다.

여성들은 참정권을 얻기 위해 숱하게 거리 시위를 벌였다. 개혁 성향의 정부가 제출한 여성 참정 허용 법안을 보수 성향의 의회가 번번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대학과 의사당 앞에서의 시위가 거세지면서 의회는 결국 대세를 인정했다.

지난해 4월과 5월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여성 참정권을 인정하는 법을 각각 만든 것이다.

8명이 후보로 나온 이번 보궐선거에는 두 명의 여성이 출마했다. 개표 결과 남성이 1위 득표를 해 당선했지만 여성 후보의 한 사람인 지난 부샤흐리(32)가 2위 득표를 했다.

식품 검역청 부책임자로 일하는 부샤흐리는 "비록 승리하진 못했지만 여성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새 시대를 맞은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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