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기반 기술 블록체인, 여론조작 막을 수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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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호 17면

박창기 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회원사 회장

벤처 1세대인 박창기 거번테크 회장은 ’정보기술(IT) 업계를 뒤흔들 블록체인 서비스 하나를 선보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벤처 1세대인 박창기 거번테크 회장은 ’정보기술(IT) 업계를 뒤흔들 블록체인 서비스 하나를 선보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광기(狂氣) 같았던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확실히 한풀 꺾였다. 대신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 1호 암호화폐 보스코인을 내놨던 박창기(62) 거번테크 회장은 “블록체인은 경제 구조를 넘어 세계 문명을 바꿀 와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이 될 것”이라며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실험, 다양한 서비스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회원사 회장이기도 한 그는 90년대 증권정보 사이트 팍스넷을 운영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문명 바꿀 기술에 젊은 인재·돈 몰려 #아마존·구글 같은 서비스 나올 것 #한국에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 #정부가 ICO 규정 마련 서둘러야

블록체인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2013년 당시 회사원이던 아들에게서 처음 블록체인에 대해 들었다. 공부해보니 블록체인은 정보기술(IT) 뿐 아니라 정치·사회와 금융에 대한 지식이 필수였다. 미래 기술의 핵심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1999년 팍스넷을 시작했을 때도 나이가 많은 편이라 띠동갑들과 놀았는데 요즘은 아들 또래들과 어울린다. 블록체인 업계는 20대부터 30대 초반이 주축이다. 이들은 이미 인터넷을 나이든 ‘꼰대’들의 영역으로 본다.”
눈에 확 띄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없다.
“아직은 그렇다. 하지만 정보를 공유하면 코인을 지급하는 스팀잇(Steemit) 등과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족히 수천개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수한 젊은 인력이 뛰어들고 있으니 성과가 나올때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이 아직 세계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으니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 이를 꼭 잡아야 한다.”
거번테크는 주로 무엇을 하고 있나.
“원천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직접 고용은 20명, 프리랜서까지 총 7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10여개의 서비스(댑·dApps) 개발을 동시에 진행중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암호화폐공개(ICO)에도 나설 예정이다. 시범 서비스중인 ‘델리크라시’는 블록체인으로 숙의민주주의를 가능케 해준다. 신라시대 화백회의처럼 특정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충분히 숙고한 뒤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되는 여론조작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다.”
암호화폐 없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능한지가 논란이었다.
“가능하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의 꽃이다. 코인 발행 가능성이 개발자에 인센티브가 된다. 기존의 전산 시스템을 대신하는 블록체인 서비스도 있지만, 코인과 연계된 서비스 중에서 획기적인 것이 나올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블록체인 기술에 얼마나 돈이 몰리고 있나.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최근 100억~500억원 규모의 ICO만 10여건이었다. 최소 1조원은 넘지 않을까. 주식 대신 코인을 발행하는 ICO는 비지니스 모델을 공개하고 투자자를 모으는 과정 자체가 홍보까지 겸하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선호한다. 2027년이면 암호화폐 시장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정책에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면.
“한국에서 ICO를 안하는 것은 합법과 불법이 불분명해서다. 사업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정부 기관에서 강연을 해 보면 완전히 새로운 일이고, 책임 소재도 모호하니 서로 떠넘기고 싶어하는 눈치다. 이해는 하지만 올해 중에는 해결됐으면 좋겠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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