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폭격…피할 틈도 없었다|이란 참사현장 로키트공격에 기총소사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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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강건너 불로만 여겨왔던 이란·이라크전의 피해가 우리 나라 근로자들에게 덮쳐왔다.
5분동안의 참사였다.
이라크기는 무방비상태에서 땀을 흘리던 우리나라근로자들을 향해 로킷탄을 떨어뜨리고 기관총을 쏘아댔다.
한국근로자 작업장에 유독 폭탄과 기관총이 쏟아졌고 작업중이던 근로자들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참사를 당했다.
◇폭격=공습사이렌이 채 가시기도 폭격전에 이란군의 대공포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저공비행으로 나타난 이라크기가 로킷포를 쏘기 시작했다.
오전 7시부터 공사를 시작, 1시간30분쯤 지난 시각이었다.
지금까지 공사중인 시설에는 폭격을 하지 않았던 전례만 믿고 마음놓고 있었던 현장 근로자들로서는 손을 쓸 겨를조차 없었다.
공사현장은 첫 폭격과 동시에 검은 연기·불길이, 뒤덮었고 비명과 신음소리로 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라크기는 5분동안 기총소사와 함께 로킷탄 6발을 쏘아 4기의 생산라인중 2, 4번 라인과 휴게실등 편의시설을 파괴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타전=『폭격으로 1급피해』『사상자 다수발생』.
대림의 테헤란지사에서 본사로 첫번째 보고가 들어온 것은 사건 발생 1시간쯤 뒤인 30일 오후 3시36분. (현지시간 오전9시36분) 1보를 접한 대림본사는 해외인력부에 「비상」을 걸고 현지 한국대사관과 지사를 통해 진상파악에 나섰다.
오후4시41분 접수된 제2보는 「한국인 사망자 6명, 부상자는 3백km 떨어진 부셔로 후송중」이란 것이었고 사망자명단·부상자수를 알 수 없어 본사측은 발을 굴렀다.
◇후송·대피=사망·부상자는 3백km 떨어진 부셔시 파스타란·파포내자라 등 4개 병원으로 옮겨졌다.
특히 중상자는 응급조치후 테헤란으로 긴급 후송됐다.
◇현장=「캉간」현장은 페르시아만 서북쪽 내륙 53km지점의 샤르카스 고원분지 (해발7백34m)에 있으며 사방이 1천m이상 높이의 산들로 둘러싸인 산간 오지로 평소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던 곳. 작업중인 근로자는 대림산업직원 43명을 포함한 한국인 3백81명과 현지인등 모두 9백31명이었다.
◇피해보상=이 사건의 경우 대림건설측이 모든 피해보상을 해야할 상황이며 회사측은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회사측은 사고근로자들을 월 4백여달러를 납부하는 근로자재해보험에 가입시켰으나 특별약관상의 전쟁보험은 부담(월 7백37달러)이 너무 커 가입치않았기 때문에 보험혜택은 보지 못하게 됐다. 회사측은 공사현장이 평소 위험도가 높지 않은 지역이어서 전쟁보험은 가입치 않았다고 밝혔다.
◇유족들=오전6시쯤 대책본부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망자 정현악씨(43·배관공·서울반포1동721) 의 부인과 자녀 등 유가족 5명은 명단을 확인하자마자 『안전하게 있다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의자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또 숨진 최종철씨(31·용접)의 부인 박인순씨(31·대구시효목2동374의11)는 1일 오전6시 TV뉴스로 남편의 비보를 듣고 한때 실신했다.
◇회사=회사측은 사고수습대책본부(본부장 이정주부사장)를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한편 회사측 이헌묵전무(49·이란사업본부장) 박선영이사(46) 장효진차장(41) 등 사고수습반 3명이 1일 저녁 스위스항공편으로 현지로 떠났다.
1일 대림산업본사에는 새벽부터 파견근로자 가족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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