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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선언 연기했던 김경수 "출마한다. 특검도 받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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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경남지사 출마 선언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경남지사 출마 선언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경남지사 선거를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9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오전 경남도청에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었지만,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채 회견을 연기했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이 지방선거 출마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출마 강행으로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주도한 ‘드루킹’ 김모(49)씨와 관련돼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오후 4시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쟁 중단을 위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필요하다면 특검을 포함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과 언론에서 제기하는 모든 의혹에 대해 남김없이 조사해주길 바란다”며 “대신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고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도 즉각 중단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문답에서 그는 “불출마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선거 전까지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
“정쟁을 매듭지을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모든 수사에 당당히 임하겠다.”
불출마하려다 상의 끝에 출마 심경 밝힌 건가.
“불출마 포함해 여러 가능성 함께 고민했다.”
청와대 행정관을 추천한 건 어떤 이유에서였나.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필요하다면 기회 만들어 밝히겠다.”

김 의원은 출마선언을 하루 앞둔 18일 밤부터 불출마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김 의원과 가까운 친문 성향 민주당 한 의원은 “댓글 조작 연루 의혹이 정치 공방의 소재가 되고 추경과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 등 국회 시급한 현안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김 의원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이날 오전 10시 30분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하려 했다가 돌연 취소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라는 얘기다.

하지만 민주당 친문 의원들이 강하게 만류했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후 고위전략회의를 소집해 3시간 여 치열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김 의원이 불출마를 택하면 자신의 연루 의혹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만큼 예정대로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특검 수사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정면돌파가 해법”이라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김 의원이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밝히자 곧바로 야당이 반응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의원의 출마를 반갑게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김기식 특검, 김경수 연루 의혹 드루킹 특검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썼다. 민주당은 “특검 불가”입장을 고수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특검까지 가면 정쟁의 소용돌이로 들어가는 것으로, 빨리 지방선거 전에 검경 수사를 받겠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면서 ‘김 의원 대 김태호 전 지사’의 구도는 굳어졌지만, 댓글 조작 사건 이후 선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경남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곤 줄곧 보수 정당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경남 공략에 공들여왔다.

실제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경남에선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38.8%의 지지율로 26.8%인 자유한국당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12%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숨은 보수표’를 10% 안팎으로 보기 때문에 사실상 접전 양상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이 조사는 13~14일간 경남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때는 이른바 댓글 조작 사건이 알려지기 전이었다.

이와 관련해 경남 창원이 지역구인 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원래도 김 전 지사가 이기는 선거였는데, 검찰 수사받아 마땅한 김 의원을 어느 도민이 뽑아주겠나”며 “김 의원이 나오는 게 다른 후보가 나오는 것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 측은 “지방선거는 그 지역의 미래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것으로, 김 후보와 열심히 경쟁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권호ㆍ김준영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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