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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신도시 택배 대란, ‘실버 택배’로 해법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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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 택배 기사들이 두고 간 택배 물품들이 쌓여 있다.[뉴스1]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 택배 기사들이 두고 간 택배 물품들이 쌓여 있다.[뉴스1]

‘택배 대란’이 빚어진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실버 택배’를 도입하기로 했다.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진입을 막으면서 주민과 택배 기사 간에 벌어진 갈등이 해결점을 찾았다. ‘실버 택배’란 택배 기사가 아파트 내 지정 장소에 물품을 두면, 65세 이상 지역 노인이 각 가구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중앙일보 4월 17일자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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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17일 다산신도시 입주민 대표와 택배 업계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으로 분쟁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실버 택배는 실버 기사들이 물품을 손수레·전동차 등에 싣고 집까지 배송해 단지 안에 택배 차가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는 택배 차량의 단지 진입을 막는 동시에 주민에게는 협조하지 않는 택배 기사 대응 매뉴얼까지 소개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택배 회사들이 단지 주차장 등에 택배 물품을 쌓아두고 가버리면서 갈등이 커졌다.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 택배 기사들이 두고 간 택배 물품들이 쌓여 있다. [뉴스1]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 택배 기사들이 두고 간 택배 물품들이 쌓여 있다. [뉴스1]

물품 ‘하역보관소’ 단지 안 조성  
하지만 앞으로 다산신도시는 ‘실버 택배 친화 아파트’로 변신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우선 다산신도시에 실버 택배를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아파트 인접 도로에 ‘택배차량 정차공간’을 설치한다. 또 도로와 접한 아파트 대지 내 완충녹지 공간의 일부를 택배 물품을 내리고 보관하는 곳으로 만든다. 이 ‘하역보관소’부터 주택까지는 차량이 아닌 실버 기사가 물품을 배송하게 된다.

국토부는 도시계획도로와 완충녹지 변경을 위해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하기로 했다. 다만 실버택배 거점 조성과 인력 충원까지 약 2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그 전까지는 입주민들이 내부적으로 보완책을 논의한다.

실버 택배 기사들이 지난 11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 14단지 경로당에서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실버 택배 기사들이 지난 11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 14단지 경로당에서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실버 택배 확산되면 주민 비용 부담 검토 
이외에도 국토부는 아파트 단지 내 ‘택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했다. 아파트 단지 조성과 관련된 도시계획을 세울 때 도로에 택배 차량이 정차하고, 하역하는 공간을 설치하는 기준을 도시계획수립기준·지침 등에 마련할 방침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택배 물품 하역보관소를 설치·유지할 수 있도록 이를 ‘주민공동이용시설’로 명문화할 예정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의 ‘실버 택배 기사’들은 물품을 손수레 등에 실어 배송한다. 임현동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의 ‘실버 택배 기사’들은 물품을 손수레 등에 실어 배송한다. 임현동 기자

또 현행 2.3m로 돼 있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높이 기준은 유지하되, 지상부 공원화단지로 설계할 경우엔 2.7m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법령 개정도 검토한다. 실버 택배가 확산될 경우를 대비해 실버 택배 비용을 입주민이 일부 부담하게 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전국에 최소 2066명, 월수입 50만원 이상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전국의 ‘실버 택배’ 기사는 지난해 9월 기준 2066명이 있다. 한 사람당 하루 약 3~5시간 일해 50만~100만원 정도를 번다. 실버 기사의 배송 금액 절반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머지 절반은 택배회사가 부담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김유인 국토부 물류산업과장은 “실버 택배는 정부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7년부터 만든 모델이다. 다산신도시 아파트 주민과 택배 회사가 머리를 맞대 좋은 해결책으로 택했다. 실버 택배가 갈등을 해결하고, 노인 일자리도 늘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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