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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관광 굴기…하이난섬에 경마·복권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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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하와이’ 하이난(海南)성에 경마와 스포츠복권 사업이 허용된다. 도박을 금지해온 중국이 하이난을 개혁 개방 경제의 중심으로 키우기 위해 베팅에 나섰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14일 오후 공동 발표한 ‘하이난 개혁개방 전면 심화를 지지하는 지도의견’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 지도의견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하이난 경제특구 건설 30주년 기념식에서 “하이난을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약 3만5000㎡, 제주도의 20배에 달하는 면적의 하이난섬은 인구가 930만명에 달한다.

중국 하이난성 해변의 모습. [자료:중국국가여유국 홈페이지]

중국 하이난성 해변의 모습. [자료:중국국가여유국 홈페이지]

SCMP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와 하이난성을 인용해 여기에 ‘국제 관광객 유치를 위해 경마와 수상 스포츠 육성을 지원한다’, ‘스포츠 복권과 즉석 복권의 개발을 모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중국정부는 모든 형태의 도박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중국에도 국제 축구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스포츠복권이 있긴 하지만 활성화되지 않았다. 중국 내에서는 1990년대부터 정부가 경마 베팅을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광저우, 항저우, 난징 등 다양한 지방에서 경마를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어느 곳도 성공하지 못했다. 1992년 광저우에서 경마장이 문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끝내 경마 경기에 대한 돈 내기를 허용하지 않아 사업을 접어야 했다.

럭셔리 호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마카오. [중앙포토]

럭셔리 호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마카오. [중앙포토]

하이난성에 경마·복권사업이 허용되면 가장 타격을 입을 곳으로는 마카오가 꼽힌다. 마카오는 카지노 사업으로 연간 330억 달러(약 35조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5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마카오에선 샌즈, 윈리조트 같은 외국계 사업자가 도박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하이난은 중국 국내 사업자를 선호할 것”이라며 “중국으로서는 하이난에 도박을 허용함으로써 자본 유출을 막고 도박 수익이 중국 본토에 머물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의견도 있다. 회계법인 BDO의 클레멘트 챈 캄 전무는 하이난의 경마 허용이 마카오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SCMP 인터뷰에서 “하이난은 경마를 도박보다는 스포츠로서 육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마카오는 엔터테인먼트쇼와 전시회가 있는 ‘라스베이거스’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하이난에 경마 베팅이 허용된다고 해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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