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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30조원 스포티파이의 성공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스포티파이에 소개된 방탄소년단 페이지. 1억번 넘게 재생된 곡도 눈에 띈다. 스포티파이는 각 곡마다 재생된 횟수를 공개하고 있다. [스포티파이 캡쳐]

스포티파이에 소개된 방탄소년단 페이지. 1억번 넘게 재생된 곡도 눈에 띈다. 스포티파이는 각 곡마다 재생된 횟수를 공개하고 있다. [스포티파이 캡쳐]

“스포티파이 디스커버 위클리(Discover Weekly) 플레이리스트는 헤어진 애인이 만든 것 같다. 듣고 있으면 소름 끼칠 정도다.”
“디스커버 위클리는 이 세상에 어딘가에 있는 또 다른 내가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내 마음을 너무도 잘 안다.”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Spotify)가 매주 월요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일대일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디스커버 위클리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다. 스포티파이 유료 사용자는 세계적으로 7500만명인데 스포티파이는 매주 월요일마다 각 사용자에게 디스커버 위클리라는 추천 음악 리스트를 제공하다. 사용자 취향에 맞춰 추천하기 때문에 매주 7500만개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새롭게 찍어내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퍼지며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일종의 취향 비즈니스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디스커버 위클리로 빠르게 성장한 스포티파이가 대표적이다. 이달 초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 회사의 시총은 273억 달러(29조 2000억원)다. 소피 린드블롬 스포티파이 엔지니어는 “2011년 크리스마스 추천 음악을 만들다 사용자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2014년 디스커버 위클리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디스커버 위클리는 리듬, 박자, 장르 등 세분화한 음악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탄소년단을 내 음악 리스트에 추가하면 블락 B나 위너 등 한국 아티스트가 포함된 맞춤형 리스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스포티파이는 음악 빅데이터뿐만이 아니라 날씨, 이모지(Emoji), 심방박동수 등을 음악 추천 서비스와 결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포타파이의 경쟁자로 떠오른 애플뮤직. 스포티파이와 마찬가지로 사용자 취향에 맞춘 음악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포타파이의 경쟁자로 떠오른 애플뮤직. 스포티파이와 마찬가지로 사용자 취향에 맞춘 음악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봉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추천 서비스는 기존 사용자 행동 정보를 분석해 비슷한 성향의 사용자들이 좋아했던 항목을 추천하는 협업 필터링과 음악 등 콘텐트 자체를 분석해 유사한 콘텐트를 추천하는 콘텐트 기반 필터링 기법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포티파이는 협력 필터링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에 적용된 뉴스 서비스는 대부분 콘텐트 기반 필터링 기법이 쓰인다.

스포티파이가 만든 취향 서비스는 후발 주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얼마나 잘 추천해 주느냐에 따라 지갑이 열리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2015년 첫선을 보인 애플뮤직(Apple Music)도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음악을 추천한다. 애플뮤직 유료 가입자는 이달 초 4000만명을 넘어서 스포티파이를 위협하고 있다. 정태경 차의과대 데이터경영학과 교수는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은 음악 데이터양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추천 알고리즘은 서로 다르다”며 “음악 등 스트리밍 시장에선 데이터양이 아닌 사용자 취향을 반영한 추천 서비스에서 양사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콘텐트 넘어 사용자 취향 반영한 공간 배치도

넷플릭스는 이달 초 모바일 앱에 영상 미리 보기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들의 시청 기록을 바탕으로 콘텐트를 추천하는 것처럼 미리 보기 영상과 배열도 개인 취향에 따라 제공된다. 세계적으로 넷플릭스 이용자는 1억 1700만명인데 유료 고객마다 추천 페이지가 서로 다르다. 주목할 건 추천 영상 배열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미리 보기 영상은 물론이고 모바일 영상 배열도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된다”며 “사용자 패턴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모바일 영상 배열을 지난 1년 동안 연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기기 특성상 화면이 작기 때문에 이에 맞춰 새롭게 영상을 배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기반 취향 서비스는 오프라인 시장까지 스며들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달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서비스를 ‘사이렌 오더’에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면 구매 이력과 매장 정보, 날씨와 기온 등 빅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서비스 개편 이후 월평균 주문 건수가 10만건 증가했다고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밝혔다.

국내서도 취향 서비스에 주목...카카오 추천 기능 강화

국내서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취향 서비스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등에서 사용자 소비 취향에 따라 콘텐트를 선보이는 추천 엔진 강화 방안을 지난 4일 발표했다. 김광섭 카카오 추천팀장은 “추천 엔진이 적용되는 영역을 확대해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다음 모바일 버전에서 뉴스와 스포츠 등 관심사 탭에 추천 탭을 별도로 만들 예정이다. 음악 서비스 멜론과 모바일 만화 서비스에도 추천 엔진추천 엔진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온라인 취향 서비스는 성공한 모델로 이미 증명됐다.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에 2015년 6월부터 추천 엔진추천 엔진을 도입했는데 이후 뉴스 이용량과 체류 시간 등이 늘었다. 김 팀장은 “추천 엔진 도입 이후 일 클릭 수가 117%, 일방문자수가 43% 증가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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