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7년 가정폭력 남편 살해한 아내 항소 기각… 징역 4년

중앙일보

입력

[중앙포토]

[중앙포토]

자신의 남편을 장식용 돌로 내리쳐 살해한 6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여성은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37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극도의 불안과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방어 차원에서 한 행동'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 1부(김복형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61·여)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3월 23일 오전 1시 30분께 삼척시 자신의 집에 있던 2.5∼3㎏가량의 장식용 수석으로 남편(61)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남편은 아내 김씨가 계 모임에 갔다가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김씨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유리잔을 집어 던졌다. 그러자 37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김씨는 오랜 원망의 감정이 폭발했다. 결국, 김씨는 장식용 수석으로 남편의 머리를 내리쳤고,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출입문 쪽으로 기어가는 남편의 머리를 또다시 수차례 내리쳐 살해했다.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당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고 살인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37년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해왔고 사건 당일 또다시 자신을 폭행하는 남편에게 화가 나 방어 차원에서 한 행동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와 변호인이 주장한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뿐만 아니라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남편의 머리를 돌로 내리쳐 살해한 범행은 매우 잔혹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자녀들을 위해 참고 견뎌온 점, 가정폭력에 정신적·육체적으로 시달린 나머지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나머지 가족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형량은 마땅하다"고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 전원은 유죄를 평결했고, 1심 재판부는 김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