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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명 의문사’ 형제복지원, 30년만에 진실 밝혀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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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형제복지원 모습 [중앙포토]

1987년 형제복지원 모습 [중앙포토]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조사에 나선다고 KBS뉴스가 11일 보도했다.

1980년대 후반 외압에 의해 덮어진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지 관심이 쏠린다. 보도에 따르면 과거 검찰권 남용을 밝히고자 출범한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의 대검 진상조사단은 이 사건과 관련해 비상상고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담긴 보고서를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비상상고란 형사판결이 확정된 이후 그 사건의 심리가 법령에 위반된 것을 발견했을 때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1989년 '형제복지원' 원장인 박모씨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문을 부터 바로잡기로 한 것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길거리 부랑자를 불법감금·폭행·성폭행한 사건이다.

1987년 우연히 작업장에 감금된 수용자를 목격한 한 검사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1987년 당시 형제복지원 모습 [중앙포토]

1987년 당시 형제복지원 모습 [중앙포토]

당시 검찰 수사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은 연고지가 없는 부랑자를 비롯해 연고지가 있는 사람들도 강제로 붙잡아 복지원에 수용했다. 길을 잃은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가 있는 어린이, 20대 젊은이까지 잡아 와 폭행했다.

수사 결과 12년 동안 2만여 명의 수용자가 복지원을 거쳐 갔고, 수용자 513명이 그 안에서 숨졌다는 사실을 밝혀졌다.

검찰은 수사 한 달 만에 복지원 원장 박씨를 특수 감금,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는 외압에 의해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좌초됐다.

1989년 대법원은 박씨에 대해 업무상 횡령, 초지법 위반, 외환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불법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80년대 후반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연고 없는 사람들을 사회와 격리한 정부 훈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결국 박씨는 2년 6개월 형만 복역하고 출소했다.

이에 진상조사단은 당시 정부 훈령은 위헌이므로 훈령을 근거로 한 무죄 판결도 잘못됐다고 보고 비상상고 조치를 결정했다. 이 밖에도 진상조사단은 복지원 수용자와 숨진 수용자의 유가족을 대상으로 정부 차원의 피해 조사를 벌인다.

또 부산시청, 부산 사상구청, 국가기록원, 부산시설공단의 협조를 통해 사망자 등 관련 기록물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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