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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아닌 밀착”…유튜브 한방에 15만개 팔린 파운데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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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앤에이치코스메틱 권기현 대표. 임현동 기자

비앤에이치코스메틱 권기현 대표. 임현동 기자

[인터뷰] 비엔에이치코스메틱 권기현 대표

지난해 9월 미국 내 대표적인 K-뷰티 온라인쇼핑 앱 소코글램(Soko Glam)에 ‘감초수’가 소개됐다. 특별한 마케팅은 없었다. 다만, 동의보감 외형 편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감초·작약·갈근 등을 원료로 제조했다는 소개 글이 전부였다. 글을 올리자마자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해 6개월 동안 3만5000개가 팔렸다. 아이러니하지만 국내엔 지난 2015년 출시됐지만, 반응이 없던 제품이다.

감초수를 제조·판매하는 비엔에이치코스메틱 권기현(48) 대표는 “최근 미국 시장서 피부과학(Dermatology)에 기초를 둔 K-뷰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젤 타입에 이어 토너 제품에 대한 주문이 들어와 제조 중”이라고 말했다. 판매량 3만5000개는 매출로 치면 크지 않지만, 의미 있는 수치다. 권 대표는 “감초수의 인기는 K-뷰티가 더마 코스메틱(Derma Cosmetics, 피부 전문 화장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방증”이라며 “앞으로 한국의 전통을 살린 ‘K-더마’가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K-뷰티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엔에이치코스메틱은 지난 2009년 창업한 신생 화장품업체로 메이크업 브랜드 ‘지베르니(Giverny)’와 민감성 케어 전문 브랜드 ‘아크웰(Acwell)’을 내세워 헬스&뷰티 강소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6년 6월 유튜브를 통해 입소문을 탄 지베르니의 ‘밀착 커버 파운데이션’으로 이름을 알렸다. 동영상은 바이럴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내용은 이렇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스크린에서 한 여성이 객석을 향해 ‘왜 나한테 집착하니?’라고 따져 묻는다. 갑자기 객석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 ‘집착이 아니야’라고 소리를 빽 지른다. 자리에서 일어선 남자는 극장 밖으로 사라지고, 옥신각신 남녀는 스크린에 재등장한다. 이어지는 남자의 한 마디. “집착이 아니라 밀착이야.”

기성세대가 보기엔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 내용이지만, 지베르니가 타깃으로 삼은 20대 여성에겐 제대로 먹혔다. 히트를 친 이유는 당시 객석에 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여성의 표정을 촬영해 편집했기 때문이다. 제품과 직접 연관은 없지만, 20대 여성이라면 한 번쯤 겪었을 일상을 건드려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보름 만에 조회 수 140만 회를 돌파했으며, 페이스북 조회 수도 수백만 회에 달했다. 조회 수에 따라 매출도 급증했다. 동영상 노출 후 월 5000개로 시작한 판매량은 지난해 말 월 3만개 수준까지 도달했다. 현재까지 약 15만 개가 팔렸다.

 비앤에이치코스메틱 권기현 대표. 임현동 기자.

비앤에이치코스메틱 권기현 대표. 임현동 기자.

권 대표는 “한국의 화장품 제조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수많은 업체가 경쟁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이 치열한 만큼 우리만의 마케팅을 가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엔 “아이디어가 생명”이라는 말이다. 사실 유튜브 동영상 제작엔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았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지인이 덤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권 대표는 IMF가 막 시작되던 지난 1998년 한불화장품에 몸을 담은 이후 화장품업계를 전전했다. “마흔살이 되면 내 회사를 차리겠다”는 욕심으로 업계를 돌며 영업·마케팅·기획 등 두루두루 일을 익혔다. 그리고 정말 마흔이 되던 2009년 비엔에이치코스메틱 대표가 됐다. 권 대표는 “한국 화장품 산업은 매출 규모로만 보면 글로벌 톱텐에 들었지만 아직 한국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담은 제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만의 전통을 살린 K-더마 제품으로 미국·유럽 등 화장품산업의 본고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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