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수다] 초등논술방-실학, 정책에 반영돼야 백성들 윤택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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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에 들어가면서부터 새로 나온 교과서 실과. 실과의 뜻은 '실용적으로 생활에 도움을 주는 과목'이다. 이처럼 옛날에도 실과와 같은 실학이 있었다. 기와 조각과 똥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기와 조각과 똥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일반적인 편견을 깬다. 기와 조각과 똥이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실학이다. 그래서 박지원은 청나라에서 기와 조각과 똥이 실용적으로 쓰인 것에 매우 놀라워하고, 가장 볼 만하다고 한 것이다. 청나라 백성들처럼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실용적으로 쓰면 나라도 부강해질 것이다. 박지원이 기와 조각과 똥이 볼 만하다고 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백성들이 편하게 보다 편하게 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편하지는 않지만, 전보다는 생활을 조금 더 풍족하게 하는 길이라서 그렇다. 실학자들은 나라가 부강해지려면, 백성이 편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백성들의 생활이 풍족해야지 나라도 부강한 것이다. 이런 것을 '이용후생'이라 하는데 이 실학정신은 국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아, 백성들은 그 후에도 고달팠다. 그렇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고달프지 않은 생활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지금 부강해진 이유가 아닐까?

◆ 총평

실과에 빗댄 도입부 창의적 … 논리 비약은 피해야

노만수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

초등 교과과목 '실과(실용과목)'를 '실학(실용학문)'에 빗댄 글머리가 뛰어난 창의력을 보여줘 매력적이다. 백성의 삶의 질이 나라부강의 척도라는 논리로 실학의 의미를 따진 점도 사고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

이번 논제는 보기 글 <가>를 잘 이해(독해)한 뒤 그것이 보기 글 <나>와 '어떻게'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따지는 비교.분석력이 열쇠다. 연암 박지원이 왜 '넓은 요동 벌판' '산해 관'보다 '기와조각과 똥'이 더 청나라 명물이라고 했는지 그 문학적 메시지를 읽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연 학생의 지적대로 연암은 조선도 '청나라의 실용문화(똥=거름, 기와조각=장식품)'를 배워 성리학적 탁상공론에만 매몰되지 말고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실학을 정책화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보기 글<나>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논제의 두 번째 요구사항인 '조선이 부강한 나라가 되는 길'을 구체적으로 쓰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 이상 고달프지 않을 만큼 나라가 부강하다는 결론도 지나친 논리비약이다. 차라리 조선후기 '실학자들의 고민(보기 글 <나>)'을 소신껏 소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맺었다면 논제분석 완성도가 더 높지 않을까. 가령 이익의 토지제도 개혁, 박제가의 상공업 육성, 홍대용의 서양 근대학문 도입, 정약용의 과학기술 강조 등을 나라정책으로 삼아야 조선은 부강해진다는 식으로 말이다.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어긋나고, 한 문장 안에 같은 낱말이 되풀이되거나 앞뒤 문장을 잇는 접속사가 잘못 쓰인 예는 첨삭 수정했다. 원래 글과 비교해보길 바란다.

노만수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

*** 다음 주제는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초등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주 30명을 골라 학림논술연구소 연구원.강사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 다음 주제=사람살이는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만약 로빈슨 크루소가 외딴 무인도에서 환경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보기 글 <가> 속 그가 살아남은 비결과 더불어 인간생활에서 '사람과 환경'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논술하시오. (600자±100)

*유의사항: 사람의 힘으로 나쁜 환경을 이기고 잘 사는, 혹은 그 반대 경우의 나라 예를 드시오. *보기 글은 '우리들의 수다'의 '초등 주제글 보기'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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