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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두 모습...예술단엔 환호하며 인권 문제엔 핏대세운 속내

중앙일보

입력

4일 오전 평양순안공항에서 이용객이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람을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을 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4일 오전 평양순안공항에서 이용객이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람을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을 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매체들이 4일 일제히 전날 한국 예술단의 공연과 귀환 소식을 전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 겨레는 결코 갈라져 살 수 없는 하나의 민족임을 절감했다”며 한국 예술단이 3일 동평양대극장에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과 합동으로 올린 공연을 절찬했다. 그러나 북한은 동시에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유엔인권이사회(UNHRC)의 북한 인권 결의 채택에 대해 한국 정부가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환영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다. 북한 당국은 한국의 환영 입장이 나온 후부터 수차례 대내외 각종 매체를 동원해 한국 정부를 비난해왔다. 4일자 노동신문도 ‘용납할 수 없는 반공화국 인권 모략소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모처럼 조성된 북남관계 개선과 화해 국면에 맞게 특별히 심사숙고하고 분별있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압박했다.

평양 공연을 마친 가수 조용필과 알리가 4일 새벽 인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술단은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단독공연을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합동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뉴스1]

평양 공연을 마친 가수 조용필과 알리가 4일 새벽 인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술단은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단독공연을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합동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뉴스1]

반면 북한은 남측 예술단의 공연 소식을 전하면서는 ‘동포애’를 강조하는 등 대남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4일 남북 합동 공연에 대해 “공연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삼천리 강토 위에 통일의 대교향악을 높이 울려갈 의지를 담아 부른 노래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로 절정을 이루었다”며 “시종일관 북과 남의 마음과 뜻이 하나로 합쳐지고 동포애의 따뜻한 정과 열이 넘쳐 흐른 련환(합동) 공연은 관람자들의 절찬을 받았다”고 전했다. 예술단이 북측 인사들과 만찬을 한 뒤 서울로 귀환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이날 만찬은 2일 한국 기자단을 만나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저 김영철”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예술단 만찬을 주재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1일 한국 예술단 단독 공연엔 깜짝 등장해 “내가 레드벨벳 공연을 볼지 관심들이 많았다”고 발언했으나 3일엔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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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한은 한국이 UNHRC의 북한 인권 결의 채택을 환영한 것을 두고는 2일 대외선전용 온라인매체인 조선의오늘→3일 조선중앙통신→4일 노동신문을 통해 잇달아 반발하고 있다. 매체와 형식은 다르지만 “남조선 당국이 남북관계 개선 흐름에 대치되게 찬물을 끼얹고 있다” “모처럼 조성된 관계 개선과 화해 국면에 맞게 남조선 정부는 특별히 심사숙고하고 분별있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내용은 일관되게 포함됐다. UNHRC의 인권 결의안 채택에 대해 한국 정부가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낸 것은 통상적인 외교 관례다. 이에 대해 북한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북한이 인권 문제에 대해 민감하다는 의미다. 동시에 이 문제를 제기해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남 기선제압과 압박 전술을 펼쳐보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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