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임금 시대' 저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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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앞으로 값싼 인건비를 노리고 중국에 진출하다간 채산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저임 노동력의 천국'이라던 중국에서도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생산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값싼 단순 노동력을 원하는 공장은 아직 많지만 이런 조건에 맞는 사람이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저임 생산모델에 의존한 일부 기업은 일손 확보에 비상이 걸리기도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예컨대 중국 선전(深?)에서 헤어드라이어.커피메이커 등 소형가전을 생산하는 '웰브레인'은 최근 내륙지방의 농촌으로 채용 특별팀을 파견하는가 하면 직원의 월급을 올리고 복지 혜택도 확대했다. 이 공장의 인력 담당자 량젠은 "예전엔 '제발 좀 써 달라'며 사람들이 공장 밖에 줄을 서 있었지만 지금은 5명 모집한다고 광고하면 1명 지원할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년 전까지 도시 지역에서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고, 기업들은 입맛에 맞게 뽑아쓰던 것과는 천양지차의 현상이다.

중국 정부가 도농 격차 해소를 위해 내륙지방에 공장을 대거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면서 젊은이들의 도시 이주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중국 노동자들이 비숙련 조립공에 만족하지 않게 된 것도 노동력 부족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공장에서 노동하기 보다대학에 진학하면서 1999년 430만 명이었던 중국의 대학 재학생은 지난해 1400만명으로 증가했다. 값싼 비숙련 인력의 공급은 줄어든 셈이다.

임금도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 근로자의 연 평균 임금은 1만8405위안(약 223만원)으로 집계됐다. 2004년(1만6024위안)보다 14.85%나 올랐으며,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 뛰었다. 베이징(北京)에선 사상 처음으로 근로자 평균 연봉이 3만위안을 넘었다.

중국의 저임 모델이 흔들리면서 다국적 기업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세계적 무역회사 리&펑은 중국에서 집중 가동해온 공장을 아시아 전역으로 다변화하기로 했다. 노동력 부족과 생산비 상승이 원인이다. 이 회사의 브루스 로코비츠 사장은 "중국은 더 이상 값싼 생산기지가 아니다"며 "인도.베트남.방글라데시 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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