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43년간 원유 거래 지배한 달러에 도전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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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호 15면

기억이 두려움을 낳았다. 미국 안팎에서 원유 가격이 달러 대신 위안으로 매겨지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과 우려가 제기됐다. 26일 중국 금융 중심인 상하이의 국제에너지거래소(INE)에 위안화 표시 원유선물(Petro yuan)이 상장된 것이다.

상하이에 위안화 원유선물 상장 #원유 수입량 미국보다 많은 중국 #위안화로 가격 매겨 통화패권 의도 #하루 거래량 6만 계약 걸음마 단계

톰슨로이터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기초 에너지인 원유에 대한 달러 지배가 틈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31일 보도했다. 탈달러화 조짐이 하나 나타났다는 얘기다. 달러는 길게 잡으면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 체결 이후부터 74년 동안, 짧게 잡으면 미 서부텍사산원유(WTI) 선물이 세계 원유가격 기준이 된 1975년부터 43년 동안 원유시장을 지배해왔다. 그새 도전이 없진 않았다.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등이 달러가 아닌 돈으로 원유 대금을 받는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달러로 정해진 원유 가격을 루블화 등으로 환전하는 방식이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중국이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보다 원유를 많이 사들이는 중국이 자국 통화로 가격을 매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산유국인 러시아나 베네수엘라의 도전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위안화 원유선물 거래의 시작은 미미했다. 26일 상장 이후 이틀 동안 하루 4만 계약 정도가 체결됐다. 거래 사흘째부턴 하루 6만 계약 정도로 늘었다. 미국 WTI 선물거래는 하루 100만 계약 수준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30일 전문가의 말을 밀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 규모가 몇 십만 계약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유는 거대한 상품자산이다. 연간 거래 규모가 14조 달러(약 1경4800조원)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이 거래 자산의 가격을 위안화로 표시하기 위해 지난 25년 동안 노력해왔다. 톰슨로이터는 “베이징이 원유를 수입하는 국유기업들이 위안화 원유선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2차대전 직후 미국 국무성 등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설득해 원유가격을 파운드가 아닌 달러로 교체하도록 했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원유시장 달러화(dollarization)의 완성은 70년대 중반 WTI 선물거래 시작이었다. 4차 중동전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수출제한 등으로 원유가격이 급등했다. 당시 뉴욕상업거래소(NYMEX)가 WTI 선물(Petro dollar) 상품을 상장시켜 정유사 등이 가격 급등락을 헤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미국의 막대한 원유수입과 월가의 상품투자 규모 등이 맞물려 WTI 선물가격은 세계 원유시장의 기준이 됐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전문가의 말을 빌려 “중국의 원유 수입이 세계 최대라고 해도 위안화가 원유시장을 지배하기까지 긴 세월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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