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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숨 막힌다는데…중국발 빠진 답답한 미세먼지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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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전국을 덮친 2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가 뿌옇다. [뉴스1]

황사가 전국을 덮친 2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가 뿌옇다. [뉴스1]

최악의 미세먼지 오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미세먼지 추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당장 미세먼지 농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은 없고,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도 기존에 내놓은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봄철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현안점검회의를 연 뒤,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26일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6개월 만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지금까지 수도권 공공기관만을 대상으로 6차례 발령했던 비상저감조치를 앞으로는 전국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민간 사업장도 참여토록 권고한다는 것이다. 또 올해 3~6월 노후 석탄발전소 5기의 가동을 중지한 것과 별개로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발전소를 대상으로 감축 운영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미세먼지 특별법 국회에 발 묶여 

이낙연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비상저감조치를 확대하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관용 차량을 대상으로 운행 감축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법 제정이 안 돼 강제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제 2부제를 시행하는 등 비상저감조치를 법제화한 '미세먼지 특별법(가칭)'은 지난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위원들 간의 공방 끝에 처리가 무산됐다. 법이 통과돼도 시행까지는 1년 더 기다려야 한다.

민간 사업장이 참여하는 방안 역시 반쪽 대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이날 “우선 수도권의 193개 대형 사업장 중 39개 민간업체가 참여하기로 했고, 앞으로 더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구속력이 없어 얼마나 많은 민간업체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굴뚝 오염 자동측정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2만3000여 개 중소 사업장은 권고 대상에서도 빠졌다.

석탄 발전소 감축 운영의 경우 이르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전문가들은 역효과를 우려했다.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석탄발전소 가동률을 낮추는 식으로 운영하면 오히려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할 수도 있다”며 “발전소의 오염 제거 효율을 높이거나 가동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 ‘재탕’

29일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 아라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 일대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스1]

29일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 아라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 일대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스1]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은 재탕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중국 오염이 차지하는 비중을 과학적으로 확인해야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는 6월쯤 한·중·일 과학자들이 지난 5년간 공동으로 연구해 온 연구 결과를 공동보고서 형태로 발간할 예정이다. 강효승 외교부 기후변화외교과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나오면 외교 채널을 통해 문제 제기하는 것이 조금 더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시민들은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는 아직도 출발선에서 주저하고 있다”며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공공부문은 차 없는 날로 지정하고, 민간 차량에도 2부제를 도입하는 등 실질적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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