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갤러리 그랜드 슬램'을 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은 '골프 여제' 박인비(30·KB금융그룹)가 우승을 한 차례 경험한 '기분 좋은' 무대다. 이 대회의 전신인 나비스코 챔피언십 시절이던 2013년 4월 우승했던 박인비는 이 우승을 포함해 US여자오픈(2008년, 2013년), 여자PGA 챔피언십(2013년, 2014년, 2015년), 브리티시여자오픈(2015년)까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런데 아직 박인비는 더 특별한 꿈을 꾸고 있었다. 바로 아버지 박건규 씨의 '갤러리 그랜드 슬램'이었다. 박인비는 대회를 앞둔 28일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승 각오를 이야기하다 아버지 박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부모님과 동생까지 대회장에 모두 왔다"는 박인비는 "아빠가 '갤러리 그랜드 슬램'을 해보고 싶단 말씀을 많이 하셨다.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KPMC 위민스PGA챔피언십 우승까지 모두 직접 보러오셨다. 그런데 2013년 이 대회에서 우승할 때만 안 계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인비는 "'갤러리 그랜드 슬램을 하고 싶단 말씀을 하시는데, 이번 주에 기회가 된다면 부모님 앞에서 우승을 해서 포피 폰드에 빠지는 영광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포피 폰드는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우승 세리머니로, 우승자가 우승을 확정한 뒤 빠지는 18번 홀 옆 연못을 뜻한다. 박인비는 ANA 인스퍼레이션, US여자오픈, KPMG 여자PGA 챔피언십,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을 했고,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아직 우승하지 않았다.
박인비는 2주 전인 지난 19일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1년만에 LPGA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그는 "2주 전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다"며 "지난주 대회(KIA 클래식)에서는 퍼트가 또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것 같다"면서 "드라이버를 정확하게 친다면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30일 오전 5시22분, 폴라 크리머(미국) 등과 10번 홀에서 대회 첫 티샷을 한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