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되려는 25세 아프간 엄마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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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흙바닥에 아이 안고 대학입시 치른 아마디 

아마디가 아프가니스탄 닐리의 한 고사장에서 아이를 안은 채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는 모습. [사진 나시르 후스라우]

아마디가 아프가니스탄 닐리의 한 고사장에서 아이를 안은 채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는 모습. [사진 나시르 후스라우]

사진 속 히잡을 두른 젊은 여성이 아이를 안고 흙바닥에 앉아 시험을 보고 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농가에서 세 아이를 기르는 엄마 자한타브 아마디(25). 지난 주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려 대학 입시를 치른 것이다. 아프간의 대학교수 나시르 후스로우는 이 모습을 찍어 SNS에 올렸고, 이 사진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아프간에서 글을 읽고 쓰는 국민은 전체 36%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그중 여성은 문맹률이 더 높아 통상 이류 시민으로 여겨진다. 성별과 계급의 조건을 뛰어넘으려는 아마디를 격려하고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이유다.

아마디와 세 아이의 모습. [사진 방송 캡쳐]

아마디와 세 아이의 모습. [사진 방송 캡쳐]

아마디는 열여덟 살에 결혼 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프랑스 언론 AFP와의 인터뷰에서 “바로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3~4년간 공부를 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할 기회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 집밖에 나와 일하고 싶다”며 “의사가 돼 여성도 사회를 위해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공부를 시작하면 남들에 뒤처지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마디는 이어 “시험을 치른 후 동네 친구에게 내 사진이 인터넷에 화제가 돼 있다고 들었다.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며 “사실 시험 문제에 집중하느라 사진을 찍힌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아마디의 남편(왼쪽)과 아마디. [사진 AFP]

아마디의 남편(왼쪽)과 아마디. [사진 AFP]

온라인서 사진 화제…크라우드편딩서 모금

밀과 옥수수, 감자 등을 재배하는 다이쿤디주의 작은 농촌에 사는 아마디는 시험을 위해 아이와 9시간 버스를 타고 2시간 동안 산을 건너 닐리 시에 도착했다. 시험은 야외에서 치러졌다. 처음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의자에 앉아 문제를 풀기 시작했지만, 도중에 아이가 귀가 아프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아마디는 아이를 달랜 뒤 다른 수험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바닥에 앉아 시험을 봤고, 결국 합격했다.

아프간 청년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아프간 유스 어소시에이션’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그의 학비 지원 모금을 시작해 26일 1만4000달러(약 1500만원) 이상을 모았다. 인구의 약 39%가 빈곤 계층인 아프간에선 상당한 액수다. 또 아프간 여성 인권 활동가 자라 야가나는 아마디가 수도 카불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아마디 가족의 이주를 돕기로 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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