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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모 "이명박 재산관리인 호칭 억울…권영미 지시 따랐을 뿐"

중앙일보

입력

28일 자신의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연합뉴스]

28일 자신의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연합뉴스]

"구속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언론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 관리인이라는 네이밍이 붙어 재산을 거대하게 관리하는 사람처럼 비치고 있습니다."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변호인 박준선 변호사는 첫 재판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부장 황병헌)는 28일 이 국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피고인은 정식 공판이 아닌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 국장은 이날 법정에 직접 나왔다. 흰 셔츠에 수인번호 배지가 붙은 검정 재킷 차림이었다.

검찰은 이 국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관리와 비자금 조성을 맡아왔다고 보고 있다. 이 국장의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로 등장한다. 이 국장은 이 다스의 자회사와 관계사를 통해 60억원에 육박하는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 처남의 부인 권영미씨를 다스 자회사 '홍은프레닝' 대표이사 자리에 이름만 올려놓고 9억원이 넘는 급여를 주고, 이 전 대통령 아들의 회사에 담보도 없이 40억원을 대출해줬다는 내용 등이다.

이 국장은 "일부 행위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단순한 조력 행위를 했을 뿐인데 억울하게 구속됐다"는 입장이다. 이 국장은 박 변호사를 통해 "권영미씨를 홍은프레닝(다스 자회사) 대표이사로 등재되게끔 절차를 도와준 것은 맞지만, 권씨에게 월급이 지급됐는지, 얼마나 지급됐는지, 어떻게 지급됐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씨에게 월급을 주도록 통장관리·은행 업무를 한 사람은 따로 있다는 주장도 했다. 박 변호사는 그 사람의 실명을 말하며 "그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이유로 입건도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또 "금강(다스 관계사) 자금 일부를 전달하긴 했지만, 그 자금이 불법으로 조성된 돈인 걸 몰랐다"면서 "권영미씨의 지시에 따라 차를 타고 경주에 가서 돈을 받아다 운반·전달만 한 것인데 어떻게 횡령의 공범이 되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박 변호사가 이병모 국장 뿐 아니라 권영미씨의 사건도 함께 수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난처함을 표했다. 권씨는 아직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서 수사중이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권영미 피의자는 자신의 범행을 이병모 피고인에게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입장이)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서, (박 변호사에게) 어느 범위까지 증거를 제출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권씨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 뒤 다음 달 16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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