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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연특파원|"숲을 살리자" 환경보호 열기 고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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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독의 경제발전이 가져온 산업공해는 서독국민들을 문명의 위기의식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경제적 풍요를 추구하기 위해 삶의 바탕인 자연을 그동안 등한시하고 파괴했다는 자각을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듯 했으며 이제 이들은 철거한 책임의식 속에 범국민적 공해추방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성한 숲, 윤기있는 녹음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함부르크시 교외지역에서도 정치·경제·문화등을 소재로 시작된 일반인들의 대화내용이 종종 환경보호의 화제로 이어지는것을 쉽게 발견할수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서독의 환경 위험은 우선 병든 숲의 문제. 현재 50%의 산림이 병색을 띠어가고 있으며 이미 6%는 완전 고사했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폐수로 인해 북해연안에는 새들이 자취를 감추고 엘베강은 오염으로 물고기가 멸종되다시피 해 10년 전부터 주변의 어부들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특히 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참화이후 환경오염 문제는 서독의 가장「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고있다. 최대산업도시의 하나인 함부르크의 경우 전력 수요량의 80%를 4개의 원자력발전소가 공급하고 있는데 86년 브록도르프핵발전소 앞에서 50만명이 핵 폐기물과 누출 위험이 있는 발전소 폐지데모를 벌인후 각 발전소 앞의 데모 소요는 끊일 날이 없다.
전국 20개 핵발전소는 모두시민들의 추궁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센터를 갖추고 있으며 크뢰벨발전소의 경우『연3만여 방문자들의 질의에 응답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발전소의 안전도를 체크한다』고 홍보요원「빌헬름·페퍼」씨(50)는 말한다.
현재 서독국민들이 회비를 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환경보호단체는 10여개. 15년전부터 15만명의 회원이 이끄는 BUND (서독연방환경보호협의희) 의 주된 임무는 환경보호지역을 넓혀가는 일.
정부가 낸 국토개발계획에 환경파괴를 극소화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며 환경보호단체들과 힘을 합쳐 함부르크시에 KORAH라는 환경공해 전문방송국을 개설, 나비보호에서부터 무해한 장난감선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독소가 적은 합성세제를 자체내에서 개발, 보급하기도 한다.
2년마다 북대서양 연안국가들을 모아 환경대책회의를 여는 BUND는 87년 런던회의에서 이둘 국가들이 산업폐수등 오염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것을 금지시켰으며 역시 87년부터 서독에서 자동차에 배기가스 정화기 설치를 의무화시켰다.
서민문화 보존에 앞장서는 알토나지역의 오텐센 고문서보관소는 함부르크항구 개항 8백주년을 앞두고 엘베강에 배를 띄워 주민들을 유치, 대대적인 엘베강 공해추방선상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브레멘의 본부를 위시, 전국에 25개사무소를 둔 로빈 우드 (Robin Wood) 라는 산림보호단체는 일요일마다 산림속으로 주민들을 초대, 스스로 숲의 아름다음과 그 중요성을 절감하게 하며 매스컴을 통한 홍보, 각종책자 발간, 실험결과 발표등으로 정치인들이 산림의 고사에 눈을 돌려 정책화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연간 12만건의 소비자 불만을 처리하는 서독소비자보호센터 함부르크지부는「음식물 위해로부터의 해방」을 중점사업으로 펼치고 있으며 인체에 유해한 각종 음식물등을 진열하고 성분을 분석, 발표해 소비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1ℓ의 코카콜라에 87개의 각설탕이 들어있는줄 아는가?』라고 묻는「위르겐스」총무는 이 협회가 이러한 식품을 판매하는 대기업체들과 맞서다보니 자연히 정치문제에도 개입하게 된다.
언론에서도 공해기사가 빠지는 날이 거의 없다. 서독 최대의 발행부수 (월 4백만부) 를 가진 격주간 여성지 브리기테지는 공해부를 따로 두고 공해대책문제를 중점취급,『여성들의 의식화를 꾀하고 있다』고 공해담당「베아테·에출러」기자는 전한다.
환경 위해의 자각과 그를 추방하려는 노력이 일반가정에도 생활화돼 있다.
여성 물리치료사인「마가레트·쉴링」씨(40)의 부부수입은 월1만2천마르크(약5백만원)에 이르지만 20분거리를 매연을 내뿜지 않는 자전거로 으례 출퇴근하고 있으며「피터·타카우」박사 (48·신학) 의 집은 여러대의 자전거와 그 연장으로 마치 자전거포를 연상케할 정도.
국토를 썩게하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목적에서 1회용 플래스턱 음료수 용기나 컵·비닐봉지의 사용올 억제하고 쓰레기는 종류를 구분해 버리고 있다.
90%의 가정및 회사들이 뻣뻣하고 누런 재생화장지를 사용하는 것이 놀라왔는데『값은 흰 화장지와 별 차이가 없지만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생각에서 불만이 없다』고 주부들은 입을 모은다.
암머스베크-호이스뷔텔 지역에 있는 한 숙박업소는 핵에너지추방을 위해 태양열및 풍력의 에너지 이용을 실천하고 있었다.
한편 동독과의 국경을 가능한한 직선화하기 위한 양독간의 토지환지가 산림을 해친다하여 서베를린의 에레네 삼각지대에 아예 주거지를 짓고 철야로 성토하는 1백여명의 젊은 남녀들이 인상적이다.
최근들어 서독에서는 대규모 무공해농장들이 부쩍 늘어 1천여개에 이르고 있다고「뵈티거·몰겐슈테른」농부(게팅거농장) 는 말한다. 이들 농부들은 무공해식품 품질검사를 실시, DEMETER라는 마크가 붙은 식품만을 판매하고 있으며 수시로 무공해식품 정보지를 각가정에 배부하고 있다.
공해를 향한 국민투쟁이 정치와 얼마나 밀접한가는 환경보호정책당인 녹색당의 출현으로 알수 있다.
자연보호를 기치로 내걸어 82년 첫 선거에서 8.2% 득표율을 차지한 함부르크의 녹색당은 86년 선거에서는 10.4%를 얻어 총 1백20의석중 13석을 차지하는 발전을 보이고 있다.
40세까지만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다가 딸이 암으로 죽자 환경공해 추방운동에 눈을 떴다는「테아보크」여성의원 (50) 은 국민들의 뜻에따라 녹색당이 생겼으며 녹색당 의원 대부분은 월급 7천∼8천 마르크중 1천8백마르크만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환경보호구좌에 적립하고 있다고 전한다.
가장 맹렬한 여성의원으로 손꼽히는 그는 함부르크시의 녹색당원들이 녹색당 설립이전부터 시작된 7년간의 투쟁 끝에 폐수처리문제를 일으킨 유수제약회사 뵈링거의 문을 닫게 만들었고 7개의 관련제약및 화학제품회사로부터 1천8백만마르크틀 공해추방기금으로 받아냈다.
이들의 활동은 이탈리아·벨기에·오스트리아등 주변 국가에 녹색당이 생기게 했으며 최근에는「무지개연합」을 이뤄 유럽의 환경보호에 협력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한 정치인들은 선거때마다 공해 추방을 공약으로 삼아 유권자의 환심 사기에 바쁜 형편이다.
술레스비히 홀스타인주 주의회의원선거에도 사민당이 집권하는데「92년까지는 핵발전소를 없애겠다」는 공약이 큰 역할을 했다고「볼케스·린덴베그」씨 (38·사회사업)는 말한다.
서독정부는 환경보호단체에 집중보조를 하는가하면 이 단체에서 근무하면 군복무를 대신할수 있도록 인정하고 있다.
청소년의 경각심 고취에도 중점을 두고 최근 교과과정에서 공해문제를 크게 다루도록 하고 있다고 자민당의「라인하르트·졸타우」의원은 덧붙인다.
『한국의 경제발전이 놀랍다고 하던데 그러면 역시 공해 문제가 으뜸가는 이슈겠군요?』서독북부 슐레스비히 홀스타인주의 타이체벡국교에서 열린 오순절 페스티벌에서 만난 올해 63세의「안네·비스발」씨 (전함부르크대 사무원)는『아직은 민주화등 딴일에 바빠서…』라는 기자의 대담에『환경보호는 삶과 죽음에 관계된 것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일침을 가한다. 환경 파괴위험이 공업개발 노력에 가려버린 개발도상국들에 주는 충고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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