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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혐의 정기섭목사 징역5년 구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성병·피부병검사 했다>
○…충남아산군 소재 영생애육원에서 국민학교5학년부터 중학교2학년까지의 여학생들을 번갈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목사 정기섭씨에게 징역5년이 구형됐다.
13일오후2시 대전법원 천안지원에서 열린 이 사건의 3차공판에는 정씨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춘기무렵의 여학생 4명이 증인으로 나와 눈길. 피고가『성병·피부병 검사 및 안마를 받기위한 행위였을뿐』이라며 성추행 사실을 계속 부인하는 바람에 피해당사자들이 직접 증언에 나선 것이다.
○…불안해서 몸둘바를 모르던 증인들은 원생들의 신앙및 생활지도를 맡았던 피고가 법정에 들어서자 더욱 겁에 질린듯 몸을 떨었다. 결국 오진환 부장판사는 피고와 방청객들을 모두 퇴정시킨뒤 증인들을 한명씩 차례로 만나 증언을 들었다.

<23일 오전10시에 판결>
○…이어진 공개재판에서 판사는 성병검사·안마·안수등 온갖 구실로 성추행했을뿐더러 이 사실을 발설한 국민학교 여자어린이를 때리기도 했다는 등의 증언내용을 간략히 피고에게 심문했다. 이에대해 피고는『원생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지나쳐서 그런 방법으로까지 조사를 한 것은 사실이나 바지의 지퍼를 내린적은 없고…』라며 성추행사실을 부인. 변호사도『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려던 피고의 검사방법이 약간 지나쳤을뿐』이라며『앞날이 촉망되는 성직자에게 무죄판결』을 호소했다.
○…시종「기독교인의 사랑 실천」을 내세우는 피고. 그러나 방청객들은 피고와 변호인에게『어디다 예수님을 빗대는거요!』『그런 검사가 꼭 필요했다면 의사한테 데려갔어야지』라며 항의와 야유를 퍼부었다. 방청객들은 여성의 전화등 여성단체와 15개의 대학생봉사서클로 구성된「영생애육원 집단 성추행사건및 시설아동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관계자 20여명. 재판이 끝나자 그들은 오는 23일 오전10시로 예정된 결심공판때 다시 만나「사필귀정」을 확인하자고 다짐하며 서울·인천등 각자의 주소지로 헤어졌다.

<이사진·감사등 총사퇴>
○…12∼15세의 여학생들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저주스럽다』『그런 생각이 날때마다 너무 화가나서 눈물이 나고 나도 모르게 연필을 마구 던진다』고 할만큼 참담한 성추행사실이 그냥 묻혀버리지않고 여론화되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된 것은 고아들과 사랑을 나눠온 대학생봉사서클「애지회」가 이 사실을 알게됐기 때문.
여성의 전화가 이 사건을 의뢰받자 치안본부에 공정한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내고 이 사건의 전말을 알리는 전단을 배포함으로써 현재 전원장 이기섭써가 해임됐고, 목사 정기섭씨는 구속됐으며, 보사부는 기존 이사진및 감사를 총사퇴시키고 새로운 운영진을 구성키로 약속했다.
○…여성의 전화 공동대표 노영희씨는『사회복지시설에서 이처럼 인권을 유린하는 사례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요즘「제2의 문귀동」같은 인물이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명쾌한 결말을 보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천안=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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