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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 이번엔 뮤지컬…김자홍은 소방관 아니라 소시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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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신과함께-저승편' . 사진은 2017년 공연 장면이다. 윤회를 상징하는 지름 17미터 거대한 바퀴 모양 설치물과 지옥을 그려내는 LED 스크린 바닥이 무대를 채우고 있다. [사진 서울예술단]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신과함께-저승편' . 사진은 2017년 공연 장면이다. 윤회를 상징하는 지름 17미터 거대한 바퀴 모양 설치물과 지옥을 그려내는 LED 스크린 바닥이 무대를 채우고 있다. [사진 서울예술단]

1400만 관객을 넘어 국내 극장가 역대 2위의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 ‘신과함께’가 이번엔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27일부터 4월 1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신과함께-저승편(이하 ‘신과함께’)’이다.
 두 작품 모두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함께-저승편’이 원작이다. 뮤지컬 ‘신과함께‘는 서울예술단이 2015년 창작가무극으로 만들어 첫선을 보인 작품. 초연과 2017년 재공연 모두 99%가 넘는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흥행작 반열에 올랐다. 영화가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지옥 풍경을 구현했다면, 뮤지컬은 무대 바닥에 설치된 80㎡ 크기의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화려한 영상을 가미했다. 영화에 비해 원작의 설정을 훨씬 충실하게 따르는 것도 특징이다. 영화와 다른 점은 크게 세 가지다.

뮤지컬 27일 예술의전당서 개막 #영화에서 빠진 ‘진기한’ 복귀 #부모사랑 아닌 권선징악이 주제 # #

뮤지컬 '신과함께' 2017년 공연 장면. 양복을 입고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주인공 김자홍이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 39세에 간질환으로 요절한 뒤 저승행 바리데기호 열차에 탄 모습이다. 김자홍 좌우에 저승차사인 해원맥과 덕춘이 서 있다. [사진 서울예술단]

뮤지컬 '신과함께' 2017년 공연 장면. 양복을 입고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주인공 김자홍이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 39세에 간질환으로 요절한 뒤 저승행 바리데기호 열차에 탄 모습이다. 김자홍 좌우에 저승차사인 해원맥과 덕춘이 서 있다. [사진 서울예술단]

①소방관? 소시민

뮤지컬 ‘신과함께’의 주인공 김자홍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영화 속 김자홍(차태현 분)이 화재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영웅적인 소방관인 것과 대조된다. 영화의 김자홍은 불이 난 고층빌딩에서 아이를 안고 뛰어내리는 첫 장면부터 강렬했다. 홀어머니와 동생을 위해 투잡, 쓰리잡까지 뛰며 열심히 살았던 그는 저승에서도 ‘귀인’ 대접을 받는 특별한 존재다. 선행의 수준이 남다른 만큼 점차 드러나는 악행의 정도도 심각하다. 특히 병든 어머니를 두고 자식으로서 차마 못 할 짓을 하려 했던 죄 때문에 지옥행의 위기를 겪는다.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의 주인공 김자홍. 살신성인을 실천한 소방관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의 주인공 김자홍. 살신성인을 실천한 소방관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반면 뮤지컬의 김자홍은 소시민 그 자체다. “작은 축복 속에서 태어난 그날부터/평범했던 날들/있어도 없는 듯이 조용했던/별 탈 없는 학창시절”(뮤지컬 넘버 ‘영화 같은 일은 영화에만 있는’ 중)을 거쳐 회사원으로 살다가 업무상 과음ㆍ과로로 술병에 걸려 39세에 요절했다. 살면서 딱히 착한 일도, 나쁜 일도 하지 않았다. 지하철 맹인 앞에서 단 한 번도 잠든 척 한 적이 없었던 것이 생전에 그가 쌓은 선행이라면, 초등학교 때 문방구에서 풍선껌을 훔치고 주운 지갑 속에서 2만원을 빼고 돌려준 기억이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악행이다. 영화만큼 극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공감대가 넓다. 서울예술단 공연기획팀 김아형 과장은 “가장 평범한 인간인 김자홍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시민 김자홍은 배우 정원영ㆍ이창용ㆍ신상언이 번갈아 연기할 예정이다.

②돌아온 진기한

원작 웹툰의 주인공은 김자홍과 진기한, 두 사람이다. 저승에 온 김자홍이 염라국 국선변호사 진기한의 도움을 받아 49일 동안 7개 지옥의 재판을 통과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골자다. 영화에선 진기한이란 인물이 사라져버렸다. 진기한의 역할을 강림(하정우 분)ㆍ해원맥(주지훈 분)ㆍ덕춘(김향기 분) 등 저승 삼차사가 나눠 소화했다.

뮤지컬 '신과함께-저승편'에서 진기한 역으로 분장한 배우 조형균. [사진 서울예술단]

뮤지컬 '신과함께-저승편'에서 진기한 역으로 분장한 배우 조형균. [사진 서울예술단]

웹툰 '신과함께-저승편'의 진기한 캐릭터. [사진 서울예술단]

웹툰 '신과함께-저승편'의 진기한 캐릭터. [사진 서울예술단]

 뮤지컬에선 진기한이 웹툰에서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살아난다. 저승 최초 변호사 양성기관인 지장법률대학원을 최고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사는 동안 억울했던 날들이/이곳에선 억울하지 않도록/절대 나는/여기서 멈추지 않아”(넘버 ‘당신이 웃을 수 있다면’ 중)라고 노래하며 의뢰인 김자홍 편에 선다. 진기한은 뛰어난 실력으로 지옥의 재판을 맡은 대왕들에게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지만 “심판보다 구원이 더 즐겁다”며 거절했다. 유머와 위트로 작품에 생기를 더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재판을 앞두고 과민성대장증상이라며 배를 움켜쥐는가 하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김자홍에게 “이미 죽었다”고 못박는 식이다.
 뮤지컬의 진기한은 초연 때부터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으로 통했다.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이 만화 속 모습 그대로다. 이번 무대에선 배우 조형균과 김용한이 변호사 진기한을 번갈아 연기하며 ‘싱크로율 100%’에 도전한다.

③형제가 아닙니다

‘신과함께’는 군대에서 의문사한 원귀가 등장한다. 영화 속 원귀의 이름은 김수홍(김동욱 분). 주인공 김자홍의 친동생이다. 이들은 장애인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고, 비슷한 시기에 사고로 죽었다. 졸지에 두 아들을 모두 잃은 어머니의 비극적인 처지에 관객들의 눈물샘이 열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이들 세 모자에 얽힌 과거 사연도 절절하기 짝이 없다. 자식으로서 못할 짓을 하려던 형 김자홍을 동생 수홍이 말렸고, 공포와 부끄러움에 형은 동생을 심하게 폭행하고 가출했다. 그리고 15년이 지나 숨을 거두는 그날까지 김자홍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영화는 자식의 잘못을 용서하고 감싸안는 어머니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지옥의 순서도 불효를 심판하는 천륜지옥을 맨 마지막에 배치해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원작 웹툰에선 불효와 관계된 한빙지옥이 본래 세 번째 지옥이다.
 이와 달리 뮤지컬의 원귀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김자홍과  아무 관계없는 인물이다. 이름은 유성연.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김자홍 변호를 마친 진기한의 다음 의뢰인이 유성연이란 것이다. 뮤지컬은 김자홍이 재판받는 과정과 저승차사들이 유성연 원귀의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면서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부각한다. 물론 뮤지컬에서도 김자홍이 한빙지옥을 지날 때 자신의 불효를 돌아보며 “그때는 왜 그렇게 몰랐을까/내가 울게 했던/내가 아프게 한 당신을”(넘버 ‘이젠 갈 수도 없는데’ 중)을 부르는 장면은 관객들이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눈물 포인트'다.

뮤지컬 '신과함께-저승편'의 2017년 공연 장면. 김자홍이 불효를 심판하는 한빙지옥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위에 보이는 엑스레이 사진의 하얀 못 자국은 김자홍이 '부모 가슴에 박은 못'을 의미한다. [사진 서울예술단]

뮤지컬 '신과함께-저승편'의 2017년 공연 장면. 김자홍이 불효를 심판하는 한빙지옥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위에 보이는 엑스레이 사진의 하얀 못 자국은 김자홍이 '부모 가슴에 박은 못'을 의미한다. [사진 서울예술단]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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