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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녀의 날’ 맞는 한국GM…4월까지 2조3545억 구해야

중앙일보

입력

전국금속노조 한국GM 지부 조합원들은 지난달 14일 전북 군산시 한국GM 공장 앞에서 공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중앙포토]

전국금속노조 한국GM 지부 조합원들은 지난달 14일 전북 군산시 한국GM 공장 앞에서 공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중앙포토]

이달 말쯤 한국GM이 ‘세 마녀의 날(triple witching week·트리플 위칭 위크)’을 맞는다. ▶차입금 만기일 ▶퇴직금·성과급 지급일 ▶신차 배정일 등 3가지 시한이 동시에 닥친다.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한국GM 생존의 변곡점이 될 예정이다.

4월 8일까지 차입금 만기 줄줄이 #근로자에게도 6500억원 지급 필요 #GM "신차 배정 3월 말이 마지노선"

GM 경영 현황

GM 경영 현황

일단 한국GM은 모기업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빌려온 7220억원 규모 차입금 만기가 당장 31일 도래한다. 이 차입금은 원래 지난해 연말까지 한국GM이 GM에게 갚아야하는 돈이었다. 하지만 GM은 이 채권의 만기를 2월 말로 연장했다가, 지난달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3월 말로 만기를 재차 늦춘 상황이다. 사실상 2번이나 연체한 상황에서 이 돈을 갚아야 하는 시점이 이번 주말 또 다시 찾아온 것이다.

GM은 이번 주 한국GM 이사회를 열고 다시 한 번 만기일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KDB산업은행이 한국GM 재무실사를 진행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한국GM 이사회에서 GM은 한국GM 대출금을 실사가 끝나기 전까지 회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도 22일 “100% 흡족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GM 실사가 진행은 되고 있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와 별개로, 다음달중 더 큰 돈을 갚아야 하는 시점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7220억원과 별개로, 한국GM이 4월 1~8일 중 GM에게 갚아야 하는 차입금액은 총 9880억원에 달한다. GM 본사 입장에서는 1조7100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당장 못 받게 되는 셈이다.

한국GM 매출

한국GM 매출

4월까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도 상당하다. 한국GM이 지난 2일까지 희망퇴직자를 모집한 결과 약 2600여명이 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에게 한국GM은 위로금으로 2~3년치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한국GM 평균연봉이 87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월 중 대략 5720억원의 퇴직 위로금을 일시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동신 군산시장(왼쪽 두 번째)이 1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를 만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결정 철회 및 정부 정상화 방안 촉구 범도민 서명부'를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동신 군산시장(왼쪽 두 번째)이 1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를 만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결정 철회 및 정부 정상화 방안 촉구 범도민 서명부'를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또 4월 6일까지 성과급도 지급해야 한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1월 근로자 1인당 기본급 5만원을 인상하고 격려금 600만원과 성과급 45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었다. 근로자 1만6000명(1인당 450만원)에게 지급할 성과급(720억원)이 별도로 필요하다.

500여명의 한국GM 간부들은 지난해 지급했어야 하는 성과급(1인당 평균 1000만원 안팎)을 아직 못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한 재원(5억원)도 필요하다.

결국 한국GM이 부도를 피하기 위해서 필요한 금액은 총 2조3545억원으로 추정된다. KDB산업은행이 지분율 17%만큼 담보부 단기 브릿지론을 제공하더라도, 출자 전환 등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다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생사의 ‘키’가 될 신차 배정 시점도 겹쳤다. GM 본사는 신차 배정 시기를 '3월'로 못 박고 있다. 이미 본사는 글로벌 공장 신차 배정 논의를 시작했지만, 한국GM에 신차를 배정하겠다는 발표를 미루고 있다.

GM은 부평공장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창원공장에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GM이 인천시·경상남도에 제출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신청서'도 신차 배정을 가정하고 시설투자비를 투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GM은 “GM 본사는 한국GM 노사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3월 말까지 타결해야 한국공장에 신차를 배정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신차 배정 시점을 4월까지 미루기는 힘든 상황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가 2월 23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GM 노조가 2월 23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문제는 한국GM 노사협상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한국GM 노사는 임금동결·성과급미지급(1400억원 규모)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보다 지출 규모가 더 큰 복리후생비(3038억원 규모) 삭감에는 이견이 있다. 한국GM은 복리후생비 항목에서 1000억원 삭감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복리후생비 삭감은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GM 노사는 이르면 27일 7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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